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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5년 차의 희노애락(喜怒哀樂)
개원 5년 차의 희노애락(喜怒哀樂)
  • 강병현 대구치 정보통신이사
  • 승인 2019.04.09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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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현 이사
강병현 이사

올해로 개원한 지 5년이 지났다. 개원을 준비하고 막 시작하던 당시에는 서투른 초반부의 어려움이나 고충이 있었고, 또 개원한 지 10년 이상 되신 베테랑 선배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 다른 그 나름의 힘듦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힘든 것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페이닥터를 할 당시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즐거움이 있고 선배들도 각자만의 ‘소확행’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개원 5년 차가 된 현재 개원 초반과 비교해 어떠한 ‘희노애락’을 경험하고 느꼈는지 생각해보았다.

희(喜)

 개원 초에 비해 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에 나름대로 많은 기쁨과 행복감을 느낀다. 물론 현재도 다른 일반개원치과보다 환자 수가 아직은 적은 편이지만 개원 초기에 비하면 개과천선 수준이다. 개원하고 1년도 안 되었을 때는 오전이나 오후 한 타임을 환자 한 명도 없이 보낸 적도 종종 있었지만 현재는 예약 없이도 구환들이 많은 수는 아니라도 지속적으로 내원해주는 것에 대해 큰 감사함을 느낀다.

비단 병원경영뿐만 아니라 직원관리나 전반적인 진료시스템 등이 안정되게 운영되고 있는 것에 대해 나름 만족해하고 있다. 개원 이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단순히 내원 환자 수가 증가되는 결과에 기뻐하기보다는 그 결과가 진료에 쏟은 진정성과 관심에 비례하여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판단과 개원 초기 어설픈 직원 관리와 매끄럽지 못한 직원과의 관계들로 빚어진 불협화음의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스텝들의 화합과 친절 서비스의 힘으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더 값지고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노(怒)

아무래도 환자 수가 많아지다 보면 자연스레 황당한 환자, 소위 진상 환자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나는 애초에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면 아예 초기에 차단하려고 진료 자체를 시작하지 않는 편인데, 그래도 그런 환자를 아예 안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얼마 전 어떤 환자가 오전에 잇몸 통증으로 내원하여 잇몸 치료 후 약을 처방한 적이 있었는데, 그날 오후에 전화가 와서는 치료한 지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픈 게 왜 낫지 않느냐며 컴플레인을 하였다. 그래서 환자에게 힐링 과정을 설명하며 일단 약을 3일분 다 드셔본 후 그래도 증상이 지속되면 재내원 하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고 나서 바로 다음날 오전에 그 환자가 다시 와서 “너무 아파서 약 3일 치를 밤중에 다 먹었다. 약을 이렇게나 먹었는데 안 낫는 건 치료를 잘 못 한 거 아니냐?”라는 말에 황당했지만 마음 속에 스멀스멀 솟아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환자를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에는 이런 황당한 환자로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마다 퇴근 후 술로 위안을 삼곤 했는데 이제는 내원 환자 수가 늘어난 만큼 그런 횟수가 잦다보니 자칫 건강이 상할 것 같아 운동과 같은 다른 대안으로 해소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애(哀)

 개원 초기 때 선배 중 한 분에게 나중에 기계장비 고치는데 들어가는 수리비와 치과 유지 관리하는 비용들은 따로 빼놔야 한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치과에서 사용하는 기계장비들은 조심해서 사용하면 한 10년 정도 지나야 말썽이 나거나 고장이 나겠거니 하며 안일한 생각으로 그 말이 안중에도 없었는데 요즘에는 벌써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게 나간다.

체어며 컴퓨터며 수시로 고장 나는 것은 일상다반사이고 컴프레셔 같은 중장비들도 남들은 10년 이상 잘 쓰는 것 같은데 내 것만 유난히 일찍 탈이 나는 것 같은 생각에 속이 상하기도 한다. 장비가 고장 날 때마다 이것은 어디서 구입했고 AS 기간은 얼마였는지 등의 관련 정보에 대해 개원 당시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기억이 날 리가 없다.

개원 당시에 기구, 장비 구입 목록을 정리해놓은 파일을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었는데 하필이면 얼마 전 야구 동영상을 받다가 걸린 랜섬바이러스로 파일이 통째로 날라가버려 더 속상하다. 그래서 요즘엔 기계장비를 구입하거나 수리할 때마다 구입처, 비용, 날짜 등을 꼼꼼히 이중으로 기록해두는 습관이 생겼다.

락(樂)

 집안 내력인지는 몰라도 성인이 되고 나서 자연스레 술을 즐겨 마셨다. 나에게 술은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촉매제였고 삶의 또 다른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윤활유였으며,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데 요긴한 스트레스 해소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내 삶의 낙(樂)이자 동반자였다.

개원하고 나서 황당한 환자들과의 조우하게 되는 기회가 점차 더 잦아지면서 술을 찾게 되는 상황이 많아지게 되고 결국은 얼마 전에 위궤양 진단까지 받게 되었다. 내 삶에 있어서 낙(樂)의 대상이던 술이 자칫 고행의 안내자로 탈바꿈할 수 있겠다 싶어 이를 타개할 요량으로 시작한 것이 운동이다.

풋살은 예전부터 해왔었고 얼마 전부터는 배드민턴을 시작하였는데 운동 효과도 좋았지만 치과인 외의 사람들을 만나 함께 교류하는 것 자체도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런데 문제는 운동을 하고 나서 의례로 뒤풀이 술을 먹게 된다는 것이다.

운동하고 땀 흠뻑 흘리고 난 후 마시는 뒤풀이 술의 맛과 효능이야 어디에 비할 데 없는 것이지만 점차 마시는 술의 양이 많아지는 상황과 운동보다는 뒤풀이가 더 기다려지는 본말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 우려된다. 뒤풀이는 없애지 못하지만 이제부터는 간단하게 마무리하는 것으로 진행해서 본래의 의미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유도할 생각이다.

개원하고 나서 진료에 대한 책임감이 더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에 따른 부담 못지않게 환자에 대한 진단에서부터 처치 전 과정을 온전히 내 스스로 진행함으로써 페이닥터 때와는 다른 진료 결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개원이 주는 중요한 즐거움이다.

개원하고 난 후의 변화된 특징을 ‘희노애락’으로 구분하여 정리해 보았으나 모든 개원의 분들이 경험하시는 공통분모도 있겠지만 제 자신의 상황과 특성에 따라 겪게 된 특수한 경험도 있을 수 있다. 개원의 생활도 다른 일상사와 마찬가지로 즐겁고 기쁜 일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희노애락이 교차되는 것이겠지만 ‘노(怒)와 애(哀)’를 ‘희(喜)와 낙(樂)’으로 바꾸거나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도 자신의 노력과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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