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2:38 (목)
김영진 의학에세이[10]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김영진 의학에세이[10]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 김영진 고려대 의료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치의학박사
  • 승인 2020.05.05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2. 의학과 약학의 과학적 태동
김영진 박사
김영진 박사

이와같이 수십 년에 걸친 역병으로 인한 악몽을 겪고 나자 종교적인 억압과 구속에서 벗어난 이성적이고도 과학적인 사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이러한 의식의 전환이 오늘날의 의학적 르네상스를 이룩하는 사고의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드디어 근대의학의 여명기가 이탈리아 볼로냐의 한 의학교에서부터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의 사회적 수준에 비추어 상당히 자유로운 연구가 허용되었던 볼로냐 의학교에서는 교수도, 학생도 새로운 사고를 받아들이고 수많은 희생을 강요한 역병에 전혀 대항할 수 없었던 종교적 맹신에 도전하려는 의욕에 불타고 있었다.

일단의 선도적 개척자들은 종교적 구속을 피해 비밀리에 시체를 해부하고 체계적인 의학의 기초를 마련하고자 고대로부터 내려온 외과학이나 약물학 등 의료 활동에 필요한 지식을 정리하고 검증함으로써 오늘날의 과학적인 의학으로의 발전을 가능케 하는 토대를 쌓아나갔다.

그 시절 의학적 지식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영국의 에든버러 의학교에서는 교회에 모르게 시체를 비밀리에 구입하여 해부 실습용으로 사용하곤 했는데, 빈민들이 살아있는 사람을 살해한 후 실습용으로 학교에 판매하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한다.

‘요하네스 케탐’의 ‘의학소집성’ 책자에 실린 해부학 수업 그림.
‘요하네스 케탐’의 ‘의학소집성’ 책자에 실린 해부학 수업 그림.

이처럼 불타는 학구열에 힘입어 이탈리아 볼로냐 의학교의 교수였던 외과 의사 ‘탈리아코치’는 환자 자신의 신체조직을 이용한 성형수술 기법으로 ‘튜브드 그라프트(Tubed Graft)’를 창안하였으며, 근대 해부학의 기초를 이룩한 ‘베살리우스’는 약관 28세 때인 1543년에 ‘인체해부학 교과서’를 출판했다. 이 책은 발행 즉시 모든 의학도가 반드시 배워야 할 해부학 교과서의 ‘전범(典範)’이 되었다.

서기 1600년경에는 영국의 의사 ‘하베이’가 혈액의 체내순환설을 제창하고 신체 각 부위의 생리적 작용이 해부학적 구조에 의해 좌우된다는 의학적 기본 공리를 확립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