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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의학에세이[20]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김영진 의학에세이[20]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 김영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위원·고려대 의료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치의학박사
  • 승인 2020.07.13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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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래를 향한 도전-2
김영진 박사
김영진 박사

1967년 12월 3일에는 ‘크리스천 버나드’ 박사에 의해 인류 최초의 심장 이식수술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의과대학 병원에서 9시간에 걸쳐 성공적으로 실시된다.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29세 여성의 심장을 56세의 남성에게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이식 수혜자는 심장병(심근경색)을 선고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던 ‘루이스 워쉬칸스키’였다. 심장을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다섯 시간이 넘게 결렸다. 수술을 끝내고 봉합까지 마쳤지만 이식한 심장이 뛰지 않았다. 심장 박동을 재개시키기 위해 전기충격으로 심장에 자극을 가하고 나서야 심장이 박동을 시작하고 힘차게 혈액을 환자의 전신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수술에는 무려 30여 명의 의료진이 참여하였으며 장시간의 혈액순환을 유지해야 하는 고난도 인공장기 이식 분야의 신기원을 마련했다.
 수술 그 자체는 성공이었지만 환자는 폐렴에 감염돼 수술한 지 18일 만에 사망하였다. 그리고 3일 후에 미국에서도 2세 남자아이에게 심장 이식수술을 시행하였지만 6시간 반 만에 사망하였다. 그러나 버나드 박사는 두 번째로 24세의 남자에게 심장 이식수술을 시행하여 545일간 생존시킨 기록을 세웠다.

‘크리스천 네이틀링 버나드’ 박사와 세계 최초의 심장 이식수술 장면.
크리스천 네이틀링 버나드 박사(좌)와 세계 최초의 심장 이식수술 장면.

 미국 ‘아비오메드(Abiomed)사’는 2001년 최초의 체내이식형 인공심장 '아비오코(AbioCor)'를 개발하여 인공심장으론 처음으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시험 승인을 받았다.

 2001년 7월 티타늄과 플라스틱 펌프로 만들어진, 충전기 전기로 작동하는 이 인공심장 이식수술이 말기 심장병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실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6월 서울대 의대 ‘민병구 교수’와 고대 안암병원 ‘선경 교수’ 팀이 양심실 보조장치 방식인 복부이식형 인공심장 '애니바드'를 세계 최초로 말기 심부전증 환자에게 수술했으나 12일간 생존 끝에 사망하고 말았다.

 현대의학은 수술 분야에서 영하 약 200도의 동결수술법으로 뇌 속 깊이 파묻혀있는 종양을 순간적으로 얼려 통증이나 출혈 없이 제거할 수 있다. 레이저를 이용한 수술은 순간적인 고온을 발생시켜 병든 조직을 마취하지 않고도 무통 하에 태워서 없앤다.

 과거에는 수술이 어려웠던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의 치료에 '카데터‘를 사용하여 원거리에서도 형상기억합금튜브의 삽관 등 매우 정교한 치료가 가능해짐으로써 이의 적응증이 되는 환자들은 무서운 대수술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었다.

 비록 의사가 수술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더라도 응급상태의 환자를 원격 영상장치로 진단하고 수술용 로봇을 조종하여 긴급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Robosurgeon’도 개발되었다. 이뿐만 아니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의 머리뼈에 구멍을 뚫고 ‘임플란트’를 끼운 다음 이를 통해 시각을 감지하는 뇌의 부분(시상)과 전극을 연결시킨 후 초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장착시켜 세상을 보게도 한다. 이보다 증상이 약한 약시환자들은 일련의 초소형 세라믹감지기들을 안구 내측의 망막에 이식함으로써 시력을 보강시킬 수 있다.

 청각장애인도 시각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외부의 마이크와 연결된 초소형컴퓨터로 음파를 감지한 후 이를 ‘언어처리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디지털 코드’로 전환하고 전환된 데이터를 청각신경에 전송하는 장치를 사용하면 소리를 듣는 것이 가능하다.

 동시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여 문제를 일으킨 조직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종양 치료법, 필요한 부위를 찾아가 병의 원인이 되는 부위만을 골라 공격하는 알약, 깨알만한 무선카메라가 달리고 전자 칩이 내장된 먹는 진단용 캡슐, 인공관절, 화상 환자의 생명과 외모를 보호해줄 인공 피부 등 수많은 분야에서 의학 기술이 날이 다르게 진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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