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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의학에세이[22]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김영진 의학에세이[22]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 김영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위원·고려대 의료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치의학박사
  • 승인 2020.07.27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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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래를 향한 도전-4
김영진 박사
김영진 박사

 태아의 발달과 성장 과정은 난자와 정자의 유전물질에서 발현하는 복잡한 암호를 체계적으로 풀어내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이다. 수정에서부터 정상적인 건강한 아이의 출산까지 인간발달은 대부분의 경우에 큰 문제없이 진행되지만 간혹 배아의 유전자 코드에 이상이 있어 출산하지 못 하거나 출산해도 장애가 유발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유전질환(genetic disorders)의 해로운 영향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한 치료가 있을 수 있지만 유전적 질환의 근본적 치료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인체에 나타나는 구조적 결함은 정상 또는 정상에 가까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유전자조작을 통해 중재될 수 있다.
 즉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의 세포에 다른 DNA를 대치시킴으로써 질환 과정을 예방 또는 치료하거나 증상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고안하는 연구가 수행되어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아데노신탈아미노 결핍증’과 ‘남성 섬유증’에서 성공적으로 치료가 이루어진 증례가 보고되었다.

 지난 2013년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멀쩡한 유방을 절제하여 큰 화제가 되었는데 유전자 검사 결과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암이 발병하기 전에 예방적 유방절제술과 난소 및 나팔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단행하여 그녀가 앞으로 암에 걸릴 확률을 87%에서 5%로 대폭 줄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렇듯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병을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를 실시할 수 있는 ‘4차 헬스케어 산업시대’가 열리고 있다.
 2011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죽기 전 유전자 검사 비용만 10만 달러(한화 1억2,000만 원)를 지불했다. ‘안젤리나 졸리’ 또한 병원에서 고가의 유전자 검사 비용을 지불하고 검사와 수술을 받았지만 이젠 간단히 ‘검체 키트’를 통해 유전자 변이검사를 받을 수 있는 ‘Dr. Gen 유전자 서비스’까지도 개발되어 있다.

 이러한 유전자 변화 치료의 요점은 질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내적 혹은 외적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치료는 선천적 심장 결손뿐만 아니라 우리 치과 영역에서도 구순열, 구개열과 같은 외모 결손에 적용될 수 있다.
 ‘Glucose-6-phosphate dehydrogenase(G6PD) 결핍증’이나 ‘포피린증(porpyrias)’과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은 유전자 검사로 이를 확인한 후 증상 악화를 촉진하는 특정 화학물질을 피함으로써 간단하게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조직의 산화를 감소시키는 환경을 피하면 ‘겸상적혈구빈혈’에서 적혈구의 겸상화를 줄일 수도 있다.
 이처럼 유전질환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통한 치료는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다. 고난도의 분자 기술은 유전자 접합을 통해 인간의 유전자를 변화시킬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인공수정에 사용될 난자와 정자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것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래에 시행되고 있는 ‘Dr. Gen 유전자 검사’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위험(10대 암, 뇌혈관/심혈관질환, 대사질환, 치매 등 총 24종)을 불과 12만 원부터 30만 원의 비용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개발된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가 시작되고 나서 불과 9개월 만에 총 23만 명이 이용했는데 그중 9만 명의 유전질환 고위험군을 예측하여 운동요법, 생활 습관, 식습관 등의 개선을 통해 질환의 발현 비율을 낮추는데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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