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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의학에세이[23]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김영진 의학에세이[23]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 김영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위원·고려대 의료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치의학박사
  • 승인 2020.08.04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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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래를 향한 도전-5
김영진 박사
김영진 박사

 ‘인간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즉 HGP는 미국에너지국(DOE; Department of Energy)의 제안에 따라 3년간의 발의 단계를 거쳐 1989년 미국국립보건원(NIH) 내에 국립인간유전체연구센터(NHGRI)가 설치되었고 1990년 NIH와 DOE가 공동으로 유전자 분석기술개발에 중점을 둔 3단계의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3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여 발족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2005년까지 ‘게놈 사업’을 완성할 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실제 예정보다 2년이나 빠른 2003년 4월 14일에 이 사업에 참여 중인 6개국 과학자들이 인간게놈지도를 99.99%의 정확도로 완성했다고 발표하였다. 처음에 설정되었던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30억 쌍에 달하는 인간 DNA의 기본서열지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목표가 앞당겨 완성된 HGP는 이처럼 원래 미국의 연방기금을 받고 인간과 몇몇 유기체의 DNA에서 발견된 유전적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시도되었던 기획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DNA 서열의 위치 변화를 갖고 있는 인간의 질병 유전자에 대한 구별이 가능한 유전적 및 신체적 지도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 이 획기적인 전략의 달성에 의하여 생물학적 기능에 대한 정보가 없이도 궁극적으로 인간의 질병 유전자를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외상을 제외한 모든 질환은 그 심도와 정도, 그리고 과정의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유전적인 구성 요소를 공유한다. 따라서 완성된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거친 유전의학은 이제 고도의 정교한 진단과 치료전략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유전자 속에 숨겨진 유전적 성향을 해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유전적 접근을 통해 당뇨병, 고혈압, 대부분의 암과 주요 정신질환과 같이 여러 유전요인에 의해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발견이 이루어지고 유전자 발견은 유전자치료 또는 주요 정신질환과 같은 질환에 대해 선택적으로 고안된 맞춤형 약물 전략을 통해 질병의 치료에 혁명을 일으킬만한 DNA 분자구조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 전문가는 많은 질병의 위험성을 예측했다 하더라도 그 모두를 효과적인 치료과정으로 중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유추한다. 그것은 모든 건강 관련 연구자나 의료실무진들을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요점이다. 즉 유전학적인 검사로 암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어떤 질환에 이환될 위험성을 예견할 수 있지만 이에 반해 다음과 같은 많은 의문들도 동시에 제시되고 있다.

1. 유전학적인 검사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2. 그 결과는 어느 정도의 장기적이고 실제적인 질환 발생 위험성을 의미하는가?
3. 시간 경과에 따른 이 정보의 유용성과 신뢰성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4. 검사 결과 어떤 종류의 예방적 또는 치료적 권고가 가능한가?
5. 유전자 검사실은 유전자 검사 결과에 대해 사회조직이나 단체 혹은 개인으로부터의 정보보호와 양적, 질적 통제를 위해 감시될 필요성이 없는가?
6. 다른 약물처럼 DNA 치료는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나 미래에 발생할 예측 불가한 부작용 발현 확률을 가지고 있는가?
7. 그 유용성에 의해 당대에 치료를 시행한다면 그 세대는 물론이고 몇 대를 지난 후대의 먼 후손들에게까지 지연성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는가?
 
 이와 같은 다양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일단 임상 적용에서 더 깊이 연구되어야 하고 심각성에 부응하는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동시에 유전학적 검사를 통해 얻은 정보가 잘못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인간게놈(genome) 프로젝트 예산의 5%가 프로젝트에 대한 윤리적, 법적, 사회적 의미(Ethical, Legal & Social Implications; ESLI)에 관련된 연구비로 전용되었다.

 ESLI의 가장 큰 이슈는 유전적 비밀보장과 유전자 검사의 안전성과 효과의 확립이었다. 그러나 상존하는 위험으로 비밀 유출에 의해 각종 동의서나 증명서가 개인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건강보험과 생명보험, 그리고 결혼이나 취업, 직장에서의 유전적 차별 가능성 등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대부분의 의료 종사자들은 실무에 유전학을 통합시켜 진료할 만큼 완전한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그러한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스크린 검사 결과의 비밀관리, 유전적 질환에 대한 환자 상담, 치료 후에 나타날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교육, 발현 가능한 부작용에 대한 공동감시, 치료과정과 유전질환의 사후 관리에 대한 공인된 검증 요소를 모두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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