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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음식 탐구
[신간] 음식 탐구
  • 김윤아 기자
  • 승인 2021.01.14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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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쪽, 조재오 지음, 삽화 조예진, 뱅크북 펴냄, 값 15,000원

조재오 경희치대 외래교수가 陸海空 속에서 찾아낸 우리나라 음식 비밀 58가지로 ≪음식탐구1≫을 집필했다.

조 교수의 *육(陸)권에 나오는 ≪음식탐구≫는 △개성보쌈김치 : 새콤달콤 시원한 겨울 별미 △곤드레나물 : 양념장 비벼 된장찌개 곁들여 △돼지고기 두루치기 : 매콤한 양념에 밴 고기와 김치 △보신탕 : 단백질 흡수율 높아 회복용으로 인기 △부대찌개 : 육수만 부으면 불어나는 맞춤 요리 △생사탕 : 생식하면 기생충으로 낭성 종괴 유발 등 20종을 다뤘다.

*해(海)권의 ≪음식탐구≫는 △가리비 : 한꺼번에 1억 개 넘는 알 낳아 △가자미식해 : 젓갈과 비슷 씹을수록 깊은 맛 △개불 : 달짝지근하고 쫄깃한 맛 숙취 해소 △고래고기 : 단맛 나고 부드러우며 연한 느낌 △과메기 : 고소하고 비릿한 기름기 느낌 와 △농어 : 표면의 까칠함과 진득한 식감이 특징 △도루묵 : 진짜 맛은 큼직한 알을 먹어야 실감 △돔배기 : 생선과 고기 중간 맛 짭짤하고 독특 △따개비밥 : 육질에 든 타우린 콜레스테롤 낮춰 △매생이 : 강 알칼리성 식품 소화 흡수 잘돼 △몸국 : 배지근하다 의미 설명해주는 전통음식 △밴댕이 : 초여름 산란기 앞두고 영양분 비축 등 34종이다.

*공(空)권 ≪음식탐구≫로 △계륵 : 닭은 금기시 하지 않는 친근한 식재료 △꿩고기 : 성인병 예방과 미용식에 좋아 △비둘기 : 기름기 없고 담백하며 보드라운 맛 △ 삼계탕 : 수놈 성징 두 달된 병아리가 영계백숙 등 4종을 소재로 ≪음식탐구1≫을 펴냈다.

조 교수는 ≪음식탐구≫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공자님은 나이 일흔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從心所欲 不踰矩)고 하셨지만 어찌하다 보니 벌써 칠순을 넘긴 저는 공자님 같은 분하고는 거리가 멀게 아직도 철없던 젊은 시절의 행동거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간 치과의학 중 구강병리학을 전공하고 교직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수많은 환자의 목숨을 좌우할 수도 있는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에 관여하여 그 결과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때로는 환자의 죽음 앞에서 너무나 무능한 저 자신을 자책하면서 보낸 시간도 많았습니다. 때로는 환자의 목숨을 경각에 달하게 할 수도 있는 진단에 대한 엄청난 책임감이 제 마음을 짓눌러 고뇌하며 보낸 시간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선무당의 칼춤을 추고 있습니다.

학자에 따라서 다양한 주장이 있지만 사람의 3대 욕구로는 수면욕, 식욕, 배설욕으로 대별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욕구는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지요.
필자가 음식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졸고를 쓰는 것을 아는 지인들이 치과의사로서 좀 의외라고 간간히 화제가 되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의 신체에서 식욕의 해결을 위한 최전선인 구강의 감각기관 및 저작기관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질병을 다루는 구강병리 학자로서 우리가 섭취하는 다양한 음식의 재료와 그에 따른 맛을 비교 분석하는 것은 당연한 자세라고 생각하고, 또 필자가 그간 공부해온 구강병리학 분야와 관계가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자기변명(?)을 늘어놓곤 합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살기 위해서 먹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의 선조들의 절박함과는 달리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음식을 음미하고 즐기며 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유교적인 윤리관과 관습에 젖어 있던 우리들에게 남자가 부엌 출입을 하는 것 자체가 그리 점잖은 일은 아니라는 인식이 생각의 저변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여유로운 주말 저녁 가장이 솜씨를 보인 소위 가장표(家長票)(?) 전속 식단으로 온가족이 단란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의 생활을 훨씬 풍요롭고 보람차게 해줄 것입니다.

이 책에 실린 글 중 일부는 신문에 연재했던 것들입니다. 마감에 쫓겨 쓴 글들도 있어 거칠기 짝이 없기도 하지만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낯선 공간으로 이끌어 주신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음식탐구를 통해 여러분들이 멋진 식도락가가 된다면 삶이 한층 더 값지고 더할 나위 없는 의미있는 생활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단의 감칠맛을 더 하기 위해서 제 둘째 여식 예진(叡鎭)이 그린 삽화를 첨부하였습니다. 아비로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태어나는 것이 제 뜻이 아니듯이 이 세상을 하직함도 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요. 저는 지금까지 한국인들의 평균수명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얼마일지 모르는 남은 삶을 희망과 열정을 가지고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아낌없으신 격려와 지도 편달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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