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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이상훈 회장 사퇴 번복?
치협 이상훈 회장 사퇴 번복?
  • 김정교 기자
  • 승인 2021.05.04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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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표명 나흘 만에 공식 석상 등장
치협 이상훈 회장(오른쪽)이 4개 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치협 이상훈 회장(오른쪽)이 4개 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임원 단체 카톡방에서 사퇴하겠다던 이상훈 치협회장이 나흘 만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사퇴 표명 배경과 향후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상훈 치협회장은 4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전자랜드에서 열린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 재고 촉구를 위한 의료 4개 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해 “의료의 상품화로 가격만 좇으면 과잉·부실 진료의 폐해로 나타날 수 있어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어 “심평원 자료로 비급여 부분을 가격순으로만 제시하면 국민이 가격만으로 의료쇼핑을 하여 결국 의료가 무너지고 의료 영리화로 갈 것”이라며 “의료인의 편의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는 절대 상품화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치과계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수긍하면서도 “그렇다면 나흘 전 임원 단톡방에서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라거나 ‘모든 걸 안고 간다’, ‘마지막으로 새 집행부 구성될 때까지만 자리를 지켜달라’는 등의 말은 무슨 의미였냐”는 반문이 나오고 있다.

A 원장은 “후보 시절 불출마 선언을 두 번이나 하고도 선거에 다시 나왔던 것은 재야의 후보였으니 이해한다고 쳐도 지금은 3만 치과의사를 대표하는 치협 수장이자 공인으로서 ‘사퇴’를 함부로 언급한 것은 너무 가벼운 처신”이라 지적했다.

B 원장도 “사퇴를 말하지 말든가 말을 꺼냈으면 실행을 하든가 해야 할 텐데 두 가지 모두 지키지 못하는 라이어가 되고 말았다”면서 “이런 회장을 믿고 어디까지 일을 맡겨둬야 할지 몹시 걱정된다. 정식으로 사퇴를 촉구하는 불신임 운동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반면 C 원장은 “지금 치협이 여러 가지로 어려운데 현 집행부가 잘 추슬러야 할 시점”이라며 “회무에 빨리 복귀한 것은 다행한 일이고, 집행부도 하루속히 내분을 잠재우고 회무에 전념해야 할 것”이라는 바람을 나타냈다.한편 이날 의료 4단체는 기자회견문을 내고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 재고를 촉구했다. 다음은 회견문 전문.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전부 노출 우려”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 재고 촉구

기자회견장 전경
기자회견장 전경

지난해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 올해부터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 시켰다.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공개대상 기관이 지난해 병원급 3,925곳에서 올해에는 의원급을 포함한 6만5,464곳으로 늘어나고 공개항목도 지난해 564개서 올해 616개로 늘어난다.

정부의 법령 개정 사항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장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 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토록 하고 자료를 미제출하거나 거짓 보고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비급여 진료는 공과(功過)가 있다. 즉, 현재에는 비급여 진료에 대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라는 측면이 유난히 부각되고 있지만, 비급여 진료가 과거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 도입 당시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저수가 정책하에서도 우리나라 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동기를 부여해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서는 일정한 공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도덕적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특히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고는 의료기관 운영이 불가능한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성급하게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만을 추진한다면 이는 의료 붕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한편 비급여 진료비는 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의료비 급증을 억제하는 기제로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2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2002. 10. 31. 99헌바76, 2000헌마505(병합) 전원재판부)에서 헌법재판소는 국민은 진료를 받고자 하는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보험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보험에 의하여 보장되는 급여 부분 외에 의료소비자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자신의 부담으로 선택할 수 있는 소위 비급여대상의 의료행위를 함께 제공하고 있어서 국민의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지정제 합헌 결정의 근거로 제시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비급여에 대해 과(過)만을 부각하여 통제 일변도의 정책만을 취한다면 이는 현행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이 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유지 근거를 정부 스스로 훼손하는 모순을 발생시킬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관련 법령 개정 과정 당시 비급여 의무 신고 제도 강행으로 국민이 가지게 될 불안과 의료기관의 과도한 행정부담 등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즉, 환자는 단순히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 환자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예민한 개인정보의 노출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하여 비급여 진료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정부의 방침대로 모든 비급여 진료비용을 상세히 수록한 비급여 코드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실시간 보고를 하게 되면 국가는 어떤 환자가 언제 어느 산부인과에서 무슨 시술을 받았는지, 비뇨의학과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무슨 질병으로 진료를 받았는지에 대해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된다. 환자 입장에서 매우 두렵고도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행여 이처럼 예민한 자료가 외부 유출이라도 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우려가 높다.

4개 단체 회장단이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홍수연 치협 부회장(우측에서 2번째)이 보인다.
4개 단체 회장단이 손을 맞잡고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홍수연 치협 부회장(우측에서 2번째)이 보인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는 환자의 불안을 가중케 하고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불합리한 비급여 통제 정책의 추진을 즉각 재고해 줄 것을 바라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정부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진료정보를 완전히 노출시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용 전면적 신고 의무화를 즉시 중단하라.

2.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서 건강보험 재정 소요를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바 비급여 진료비용의 공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자료를 바탕으로 필수의료가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자유로운 비급여 진료가 가능토록 하라.

3.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력 상황 등을 감안하여 의료계 4개 단체와 정부 간의 협의를 통해 일정규모 이하의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비급여 보고 및 공개 사항을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지도록 하라.


2021. 5. 4.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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