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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치과 윤리, 그 회복을 위한 발걸음
우리 시대 치과 윤리, 그 회복을 위한 발걸음
  • 우상두 원장(예은치과, DSI 출판위원)
  • 승인 2019.03.06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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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두원장
우상두원장

윤리의 필요성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내가 할 일은 아니다?

이전에 살펴본 바와 같이 윤리와 윤리교육의 필요성은 대두되지만, 대부분 자기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비윤리적이라는 말을 듣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윤리적으로 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이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윤리는 공동선을 위한 기본 질서이며, 질서는 모두가 이득을 본다. 질서를 어기는 사람은 자기에게는 이득이 크지만, 그 집단에게는 해가 되기 때문에 질서를 어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득을 앞세우고 비윤리적 선택을 할 때 당장 자신에게는 이득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된다. 그런 것을 택시 파업에서 보고 있다.

택시 운전기사들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보도되고 있지만, 택시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한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택시 운전기사가 그런 것은 아니고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들 듯’ 일부의 소행이겠지만, 시민들 대다수가 경험한 택시의 행태는 그 파업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보인다.

일부 치과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치과계가 공동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택시 파업에 대한 시민의 반응과 같은 결과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수준 높은 치과의료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이득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에 진정성 있게 기여하는 ‘치과계’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림= 조성민 드라큘라치과원장
그림= 조성민 드라큘라치과원장

윤리 문제를 막상 다루려고 하면 난감한 이유

윤리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그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 때문이다. 윤리의 기준이 되는 것은 가치관인데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 변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의 가치관의 변화는 급격하다고 하는데 이의를 달기 어려울 것이다.

우선 전통적인 가치가 변하면서 혼합이 되어 있다. 고려시대의 불교적 세계관과 조선시대의 유교적 세계관 그리고 민속에서 흐르는 도교적 세계관과 무속적 세계관이 혼재되어 있다가, 해방 이후 서구 문명과 함께 과학주의, 물질주의가 유입되었고, 황금만능주의와 포스트 모더니즘이 그 위를 뒤덮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재소자나 소수자 인권 등의 이야기는 구 소련 치하 전체주의와 나찌나 일본 군국주의에 의해 말살된 개인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큰 물결을 이루면서 나타나는 시대적 흐름인 것이다.

한국인의 전통적 가치는 ‘삼강오륜’으로 대표되었다. 삼강은 정치적 측면에서 인간의 기본적 세 관계를 설정한 것으로, 군주와 신하,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간에서 누가 벼리가 되느냐를 말한다. 벼리는 그물의 버티는 줄로서 주가 되는 것,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군주가 신하를 다스리고 남편과 아내가 다스리고 부모가 자녀를 다스린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런 질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군주가 폭군이 되었을 때나 남편이 가장의 역할을 못 하고 폭력을 휘두르거나 할 때에 대한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삼강오륜의 기본틀은 그 자체로서는 훌륭한 점이 있지만, 일방적이기 때문에, 주도권을 가진 그룹에서 야기시키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다. 조선의 역사에서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이순신 장군을 역적으로 몰아 고문을 가하게 했던 선조 같은 경우이다.

민주주의의 이념은 일방적인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다. 여기에는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는 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지나치게 되면 다수의 소수에 대한 폭압으로 나타나게 되는 문제도 있는 것이다. 장애우 학교가 세워지는 것이나 주차 타워 설치를 반대하는 일들이 그런 예이다.

무속적 가치, 도교적 가치도 근저에 있다. 그래서 이사할 때 특정한 날에 몰리고, 집을 사서 들어갈 때나 개업식을 할 때, 심지어 프로야구 개막식 때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내는데, 그 근저에는 무엇인지 모르지만 초월적 존재가 훼방을 놓지 말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21세기 한국 사회는 다양한 가치 기준들이 혼재하며 서로 충돌하고 있어서, 이 사람이 가진 윤리 기준과 저 사람이 가진 윤리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치과윤리를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는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특수성이 국민 대중의 이익에 호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과 진료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은 그 결과에 따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실비보험’에서 요구하는 서류에 대해, 환자가 담당 의사에게 어떤 요구를 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자연치아 살리기 운동이나, 자기 치아 사용하기 등의 문제에 있어서의 결정과 같은 경우들이다.

치과대학에서 시작해야 할 윤리교육

지금의 치과계가 형성되기 전에는 그래도 선 후배의 관계나 동업자 정신과 같은 준사회적 규범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러나 면허 소지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기존의 관계가 사라지는 시점에서는 대학 교육에서 전문가로서의 자세를 확립해주어야 할 것이다.

치과계에서의 윤리교육은 이처럼 일반 윤리와 다른 전문가 윤리이다. 면허를 받고 개원을 하고 나면 이해관계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기 전 학생 때 기본을 잘 익히는 것이 치과계의 미래를 위하여 초석을 놓는 가장 좋은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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