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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의학에세이[24]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김영진 의학에세이[24]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 김영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위원·고려대 의료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치의학박사
  • 승인 2020.08.09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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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래를 향한 도전-6
김영진 박사
김영진 박사

 근래에 이르러 과거 오랜 세월동안 전통적인 약물로 알려졌던 수많은 물질들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 그 결과 미국의 약물표준서인 ‘유나이티드스테이트 디스펜서토리’의 1937년 판에는 3090품목의 약물이 수록되어 있었으나 1970년 판에는 그중 2470품목이 무가치한 것으로 확인되어 삭제되었다. 이러한 사실만 보아도 금세기에 이르러 수천 년간이나 전래되어온 전통적 약물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개혁적으로 정립되어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약물들과 항생물질의 화학적 구조가 분석되고 작용기전이 규명되었을 뿐 아니라 화학적 합성을 통한 대량생산과 함께 화학적 구성성분중 주기(主基)에 다양한 라디칼(radical)들을 부여하여 일정한 항생제에 내성을 획득한 내성균에도 효과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들이 연이어 개발되고 있다.
 원래 어떤 항생제가 최초로 투여되기 전에는 이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는 균주와 항생제에 의해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감수성 균주에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항생제가 사용되기 시작하면 자연히 감수성 균주는 사멸되어 사라지지만 어느 정도 저항성을 갖고 있는 균주는 상당기간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저항균주가 모두 사라질 정도로 충분기간 동안 항생제의 효과가 계속되지 않으면 내성을 갖고 있는 세균만이 살아남아 그 환자의 세균분포를 주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세균이 해당 항생제에 내성을 획득하게 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유입(Influx)의 감소; 
 Gram 음성균은 외막(outer membrane)이 있기 때문에 gram 양성 균과 비교하여 항생제들이 투과하기 힘들다. 친수성 항생제들은 외막에 있는 porin을 통해 유입되고 대부분의 장내세균들은 비 특이적인 채널을 통해 유입된다. 따라서 porin의 수를 감소시키거나 특이적인 채널로 대체시키면 세균의 세포내로 항생제의 유입이 제한될 수 있다. 이러한 유입의 감소는 gram 음성균이 보유하는 고유한 항생제 내성발현 기전이 된다.

2) 유출(Efflux)의 증가
 세균의 유출펌프(efflux pump)는 세포외로 항생제들을 운반(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유출펌프가 과 발현 (over-expression)되면 이전에 임상적으로 효과를 보이던 항생제들이 내성을 일으킬 수 있다. 일부 유출펌프는 제한된 기질 특이성(substrate specificity)을 가지고 있으나, 다 약제내성(multiple drug resistance, MDR)유출펌프는 다양한 범위의 비 특이적 기질을 운반하기도 한다. 이러한 유출의 증가는 gram 양성균에 사용하는 항생제에 대한 gram 음성균의 내성발현 기전이 된다.
 
3) 돌연변이(Mutation)에 의한 변형
 대부분의 항생제는 특이적으로 표적에 대한 높은 친화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항생제가 수용체에 결합하면 세균의 정상적인 활동이 방해된다. 따라서 항생제의 표적인 수용체를 암호화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면 항생제 내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돌연변이에 의한 변형은 새로운 항균제 ‘linezolid’에 대한 폐렴구균과 황색포도알균의 내성발현 기전이 된다.

항생물질에 대한 세균의 내성발생 과정.
항생물질에 대한 세균의 내성발생 과정.

4) 분자적 변형
 세균 내 항생제가 작용하는 표적인 수용체에 분자적 변형을 일으키면 표적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없어도 항생제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자체보호의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분자적 변형에 의한 내성이 빈발하는 항생제는 ‘macrolides계’의 ‘에리스로마이신’이나 ‘lincosamides’ 등이다. 일단 내성이 생긴 세균은 항생제를 파괴하거나 변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항생제가 세포내로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고 항생제의 수용체, 즉 표적을 스스로 변화시킴으로써 항생제의 약효발현에 저항한다.

5) 가수분해(Hydrolysis)에 의한 항생제의 불활성
 세균효소에 의한 항생제의 불활성화는 ‘penicillin’ 내성발현의 주된 기전이다. ‘페니실린’이나 ‘세퍄’계열인 ‘β-lactam계’ 뿐 아니라 aminoglycoside, chloramphenicol, macrolides 등도 가수분해에 의한 세균의 내성발현 기전으로 불활성화 된다. 이러한 내성발현 관여효소는 동일 종 내에서도 다른 항생제들을 분해할 수 있는 아종(亞種; subclasses)이 있으며 효소의 농도가 일정하지 않은 조건에서도 가수분해를 통해 항생제를 불활성화 시킬 수 있다.

6) 화학 기(化學 基; Chemical group)의 전달에 의한 항생제의 불활성
 항생제의 효과가 취약한 부위에 세균의 변형효소(modifying enzyme)가 보유하는 화학 기(chemical group)가 전달되면 결합부위에 입체장애(steric hindrance)가 일어나 수용체에 결합하는 항생제를 방해하여 해당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일으킨다.
 Aminoglycoside류는 이와 같이 화학 기(radical)의 변형을 통해 높은 내성을 나타내는 세균들이 다수 발현하고 있는데 내성균들의 화학 기(化學基) 변형효소로는 ‘acetyltransferases’, ‘phosphotransferases’, ‘nucleotidyl transferases’ 등이 있다.
 이처럼 항생제 내성은 원래 없던 세균이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세균이 항생물질에 견디어 낸 것이므로 다음에 그 항생제를 또 만났을 때 세균의 ‘DNA 플라스미드’에 위치하는 ‘항생제저항성 유전자’는 DNA 전달을 한층 용이하게 하는 자체변이를 통하여 더욱 강력한 내성기전을 발전시킨다. 더욱이 이러한 유전자는 접합, 형질도입, 형질전환에 의해 세균 사이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수평이동까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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