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나 집단을 이끄는 경영자 혹은 관리자는 환경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 환경이라고 하면 변화 속도가 거의 없거나 느린 환경도 있고, 이에 반해 변화 속도가 빠른 환경도 있다. 삼국지(장정일 저) 내용 중, 유비가 전쟁에서 패한 후 관우와 장비에게 “전쟁의 목적은 승리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전장에서 자라난 한 포기 풀이라도 잘 이용해야 하는 법이다, 적(敵)은 바로 지형과 기후를 최대로 활용해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1597년) 승리는 명량(울돌목)에서 발생하는 밀물과 썰물의 조류현상(조수간만의 차)을 활용한 전술이 큰 원인이 되었다. 내용 중에 유비가 말하는 전쟁터의 풀, 지형, 기후와 이순신 장군이 이용한 밀물과 썰물의 조수간만의 차는 모두 거시환경에 해당한다. 경영자(의료기관 원장)는 의료기관 운영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잘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 거시환경(Macro Environment)
거시환경은 의료기관에 직접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경영에 위협을 주는 요인들이다. 거시환경의 치밀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는 이 거시환경은 조직(기업·의료기관 등)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신생아 출산이 급격히 감소하고 시니어·실버 인구의 증가는 대표적인 인구 통계적 환경이다. 이 요인은 국가적인 인구추세이기도 하지만, 개원이나 창업하기 위한 지역의 특성이 될 수도 있다. 의료기관은 모든 서비스 제품이 해당 지역 내 인구 규모, 성비, 연령구조, 소득, 직업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에 인구통계학(demography) 분석이 더 없이 중요하다. 경제적 환경(economic environment)은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내원객(환자 혹은 상담고객)의 의료서비스 구매력과 의료서비스 소비패턴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국민소득, 임금수준, 물가지수, 무역 규모, 소득분포 등이다. 경제 상황이 좋아서 개인의 소득이 증가하면 국민은 가장 먼저 자신의 건강관리에 힘쓰고 그만큼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빈도가 증가하게 된다. 자연환경(natural environment)도 조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코틀러(Kotler) 교수는 천연자원의 고갈이나, 오염증가, 천연자원 관리를 위한 정부개입 증가를 사례로 제시한다. 매년 높아지는 대기 온도나 봄이면 더욱 심해지는 대기 중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정도나 기간의 연장 등은 의료경영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기술적 환경(technological environment)은 의료서비스 환경에 더 없이 중요하다. 장비의 첨단화는 상당 부분 인술(仁術)을 대체하고 있으며 또한 그것은 또 다른 영역의 직무(job)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이나 AI 기술의 의료서비스 접목은 의료서비스 품질에 혁명을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정치·사회적 환경(political & social environment)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이나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어 당연히 의료경영에 영향을 준다. 특히, 고객들의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나 인식의 변화는 고객의 소비문화에 크게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최근에 성형에 대한 고객의 인식은 과거에 비해 매우 긍정적이어서 성형에 대한 소비가 크게 증가된 것이다. 정치·사회적 환경은 대표적으로 법(法)이나 정부 기관, 압력단체 등을 의미한다. 법은 특정분야의 사업을 장려·촉진하거나 혹은 제한·규제하기도 하며, 정부기관이나 압력단체는 의료서비스 기관에게 윤리와 사회적 책임 활동을 수행하도록 강하게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MZ세대 소비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이 생산·제공하는 제품에 대하여 구매 및 소비를 회피하는 경향이 크다. 문화적 환경(cultural environment)은 사회적 추구가치나, 지각, 가치, 선호 및 행동에 영향을 주는 기관과 요인이라고 코틀러(Kotler) 교수는 제시한다. 과거에는 성형이나 이혼, 국제결혼 등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 인식을 하였지만 오늘날 이런 것들에 대한 인식은 상당 부분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러다 보니 국제결혼 중개업이나, 성형외과 같은 의료과목이 활성화 되었다. 결과적으로 의료기관 개원(창업)이나 경영에 있어서 거시환경 분석은 중요하다.
박병태(2017)는 보건의료 환경의 4가지 트렌드로 (1)저 출산과 고령화(보건의료 정책 재편 시대), (2)메르스 이후의 변화(환자 안전 강화 시대), (3) 제4차 산업혁명(4R 정밀 의료시대), (4)소비자의 권리 강화(for to by의 시대)를 들고 있다. 이 모두는 거시환경의 변화를 사례로 들고 있는 것이다. 박병태는 본 연구를 통해 “병원경영 분야에서는 일부 병원 구성원 개개인의 인성과 태도에 대한 연구, 일개 병원들의 효율성 연구 등 미시적인 연구 접근도 중요하지만, 전 사회적인 변화 트렌드에 따른 대응 방안이나 사례연구 등 거시적인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 병원경영 분야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한다.
요즈음 많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이슈화 되는 ‘AI(인공지능) 시대 도래와 그것이 조직 환경에 미치는 영향 파악’이 일반기업이나 다양한 기관들이 가지는 환경변화 연구에 대한 핵심 주제이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이 우리의 실생활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1986년 우리나라에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최초의 이동전화 SC-1000모델이 등장한 이후 지금의 스마트 폰 시대가 되면서 우리의 삶의 변화는 3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변화된 환경 속에 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코슬라벤처스 회사의 창업자인 비노드 코슬라는 20년 후에는 전체 의사(醫師) 중 80%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시대가 성숙기에 접어들면 그가 전망하는 것처럼 AI가 지금 의사의 80%를 대체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80%에 가까운 정도의 대체가 일어날 것으로 예견해 볼 수 있다. AI 시대 도래로 치과 진료 서비스에도 어떠한 변화가 초래될지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골목상권 내 의료기관은 늘 환경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거시환경은 기업이 개별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요인들이다. 따라서 거시환경 분석에 기반을 둔 철저한 전략을 수립하지만 여전히 100% 대응할 수 없는 개연성은 남게 된다. 2020년 말에 창궐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갑작스럽게 발발하는 거시환경 변화는 기업이 사전에 대응 준비를 마련하기는 거의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환경분석은 개원이나 경영악화를 회복하기 위한 단계에서 꼭 필요한 절차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수행하기에는 쉽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구글링을 해보면 환경분석에 기초가 되는 상권분석 사이트(site)가 몇 개 소개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당 부분 보완적 자료가 필요하다. 2019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이 2,900명이 넘어섰다. 의대 졸업자가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 하지만, 대도시 중심으로 개원이 되기에 생존을 위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할 것이다. 과거에는 지역주민이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개원 장소가 되었지만 오늘날은 이미 그곳에는 경쟁자가 다수 먼저 진입 정착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그 만큼 개원을 하거나 혹은 경영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고려요인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참고문헌]
● 박병태(2017), 국내 보건의료환경 변화와 병원경영 인사이트, 병원경영학회지, 제22권 제1호), p.61-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