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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선 박사 「의료서비스 마케팅」[6]
신용선 박사 「의료서비스 마케팅」[6]
  • 신용선 박사
  • 승인 2021.04.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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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분석의 중요성- 사례를 중심으로
신용선 경영학박사, 경영지도사, 베터비즈경영컨설팅 대표
신용선 경영학박사, 경영지도사, 베터비즈경영컨설팅 대표

지금까지 5회에 걸쳐 환경분석의 중요성과 분석 분야 및 몇 가지 분석 방법을 소개하였다. 이번 장(章)에서는 환경분석의 마지막 내용으로 그 사례를 통하여 중요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 우리나라 선박 주조 수주량 급증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올해 1분기 작년의 10배에 달하는 수주를 따내며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0%대에 머물렀던 수주 점유율도 올해는 절반을 훌쩍 넘으며 경쟁국을 압도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해 수주량이 10배로 급증한 것이다. 또 14%에 그쳤던 수주 점유율도 올해 1분기 52%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전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의 절반 이상을 한국이 가져간 셈이다. 조선업계는 해상물동량 회복, 운임 인상 등으로 글로벌 발주 환경이 호전된 데 더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친환경 선박 발주가 증가한 것이 한국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매일경제, 2021.4.4일자).

우리나라가 선박주조(船舶鑄造) 수주가 10배로 급증한 주요인은 바로 ‘환경친화적 선박주조’를 준비하였기 때문이다. IMO가 바다 및 대기 보존을 위한 환경규제를 하면서 친환경 선박 기술에 뛰어난 한국으로 그 주조(鑄造)에 대한 발주량이 증가한 탓이다. 즉, 한국이 거시적 환경요인 중에 법적, 제도적 환경에 대응하여 준비하였던 결과이다. 정부는 친환경 선박개발 및 보급 활성화를 위해 2018년부터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 2020년 1월부터 시행하였으며, 7월에는 ‘친환경 선박 신시장 창출 사업’을 한국판 뉴딜사업으로 선정하였다.

□ 실버산업 시장에 뛰어드는 대기업들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등 외식·급식업체는 씹기 쉬운 고기 등 ‘연화식(軟化食)’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위니아에이드가 출시한 위니아딤채는 밥의 익은 정도를 1~5단계로 설정할 수 있는 밥솥으로 이(齒)가 안 좋은 노인들이 무른 밥과 죽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설계한 게 특징이다(한국경제, 2019.12.24일자).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19년에 768만 명에서 2025년 1,051만 명, 2030년 1,298만 명, 2035년 1,523만 명, 2040년 1,722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그린푸드나 위니아에이드 두 회사는 인구통계학적 환경변화에 기반한 새로운 시장을 개발한 사례이다. 금년에 베이비 부머의 첫 세대인 1955년생들인 약 80만 명 이상이 대거 65세 이상의 고령 세대로 편입되면서 향후 10년간 이 증가추세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인구의 증가 추이는 시장환경의 변화이자 영리적, 비영리적 기업들에 대한 전략변화를 요구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한 기업

환경변화를 제대로 읽고 대응하지 못한 대표적 기업으로 ‘코닥(Kodak)’을 든다. 

코닥은 1892년 ‘조지 이스트먼’이 창업하여 110년 이상 필름과 인화지 시장 세계 1위를 지켰던 기업으로 1976년 미국 시장 점유율은 필름 90%, 카메라 85%에 이르렀던 필름 제조 공급 전문회사였다. 1969년 인류가 달에 착륙한 장면을 찍은 것도 코닥 카메라였다. 이러한 기업이 2012년 1월 19일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코닥의 시대에 막을 내렸던 것이다. 코닥이 파산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딱 하나이다. 환경변화를 읽지 못했던 것이다. 그 환경변화는 바로 ‘디지털 시대’의 도래이었다. 사실 아나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환경변화를 읽어내고 대응하지 못한 기업이 코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2위 대형 서점인 보더스(Borders)가 아마존(Amazon)의 경쟁력에 밀려 파산하고, 비디오와 DVD 대여점인 블록버스터(Blockbuster)가 온라인 기반의 넷플릭스(Netflix)에 밀려 추락하였고, 코닥(Kodak)도 캐논(Canon)과 니콘(Nikon), 소니(Sony)에 밀린 것이다. 

□ 의료기관의 경영환경변화

의료기관 종별 폐업현황(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살펴보면, 의료기관 폐업 사유는 경영상의 이유(38%)가 가장 높았고, 대표자 취업(2.6%), 학업(0.5%), 무기한 휴업(0.6%), 소재지 이전(5.1%), 종별변경 등(2%)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의료기관 경영 관련 사유로 인한 폐업은 전체의 49%까지 올라간다(출처:메디칼업저버). 의료기관의 경영악화는 일반기업보다 훨씬 더 인구통계학적 요인의 환경변화에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득, 학력,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그 소비의 크기나 정도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경향이 크지만, 건강을 회복하거나 유지하는 경우에는 대체로 그 소비를 증가시키기는 쉽지만 감소시키는 경우는 적기 때문이다. 생활이 빈곤하다고 해서 자신의 몸이 불편한 경우 그 치료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필자가 다니던 중고등학교의 전체 학생 수는 600명이 넘었었다. 당시에 면(面) 소재지에는 한방의원이 2개가 있었다. 지금은 학생 수가 40여 명이다. 한방의원은 오래전에 없어졌고 지금은 어떤 의료기관도 없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에 존재하는 병·의원이 현재 공통적으로 겪는 고민일 것이다. 급속하게 감소하는 지역의 인구는 지역 소비문화 중에서도 의료기관이 훨씬 더 강하게 타격을 받게 할 것이다.

개업만 하면 고객이 내원하고 자신의 의료기관의 생존에 걱정이 없던 시대는 끝났다. 매년 졸업하는 신규 의료인들의 의료시장 내 신규진입의 위험과 AI 기술 및 첨단장비 출현에 의한 상당한 영역에서의 의료 대체기술 출현,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과 욕구, 고령인구의 빠른 증가와 저출산 등의 환경에서 자신의 의료기관을 정상적으로 유지(Going-concern)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에서 의료경영인으로 변화해야 한다. 의료경영인은 다른 경쟁적 관계에 있는 동종의 의료인보다 환경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이나 속도가 빨라야 한다.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경우, 약 150m 이내에 치료의원 4개가 편도 1차선 도로를 두고 양옆으로 4개가 서로 마주하고 있다. 이 지역은 거리가 한산할 정도로 인구밀도가 낮은 편이다. 이 지역이 아주 오래된 구(舊)도심에 해당하기에 아마도 과거에는 인구밀도가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분석은 영리기업이든 비영리기업이든 사업의 시작에서 실행되어야 하는 첫 번째 스텝(과정)에 해당한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하거나 혹은 도외시하면 이미 그 사업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분석의 중요성은 판매 시대(Selling age)에서 마케팅 시대(Marketing age)로 변화면서 생기게 된 것이다. 어떤 기술이나 제품만 존재하면 고객들이 스스로 찾아주던 판매 시대에서 불특정 다수의 경쟁자와 대량생산으로 산업사회가 바뀌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커지면서 경영환경에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영리기업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 환경변화에 노출되어 그 변화를 흡수하였지만, 의료기관은 그 변화에 노출되는 속도를 빠르게 겪지 않았고 오늘날이 되어서야 그 환경변화를 겪게 되면서 많은 의료기관이 경영악화 및 폐업에 당면하고 있는 것이다. 

□ 의료서비스업 경쟁환경변화

의료서비스업을 경영하는 기관의 경영자는 이 분야의 미래 환경 변화를 중시해야 한다. 추측컨대 현재의 의료기관 경영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변화의 속도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금까지는 경쟁의료기관은 자신과 업(業)을 같이하고 있는 이웃 병. 의원이 경쟁 기관이었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전혀 다른 이종(異種)의 조직이 경쟁업체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현재까지는 경쟁업체가 투명하고 가시적이었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자신의 업(業)에 대한 경쟁업체가 투명하지 않고 예상 밖의 조직이 경쟁업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시애틀 자신의 집 창고에서 전자상거래로 책 장사를 시작하여 성공한 플랫폼 회사, 아마존(Amazon)이 의료기관의 가장 강력한 경쟁회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수십억 명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축척해가는 이 회사가 그들의 소비자들의 소비 경험 정보를 기초하여 그들 고객건강에 대해 미래에 발병할 가능성이 큰 잠재적 질병을 찾아내고 그에 맞는 예방적 건강식품이나 보조식품 혹은 보조기구들을 공급한다면 그들이 직접적인 의료기관은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의 의료기관에게 토네이도(tornado)와 같은 충격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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