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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규삼 열치 부회장
[인터뷰] 채규삼 열치 부회장
  • 김정교 기자
  • 승인 2021.07.23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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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상 받고 치과위생사 동료에 더욱 감사
“주니어 봉사자의 활발한 활동으로 더 ‘젊은 열치’가 되길”

열린치과봉사회 채규삼 부회장이 제76회 구강보건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채 부회장의 수상은 복지부에서 열치에 수상자 추천을 의뢰했고, 기세호 회장을 비롯한 열치 이사회가 주저 없이 채 부회장을 추천한 데 따른 것이다. “개인으로서는 영광이지만 치과위생사나 치과기공사와 같은 봉사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상을 대신 받은 것”이라며 겸손해하는 채 부회장을 덴탈이슈가 만났다.

채규삼 열치 부회장이 인터뷰를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채규삼 열치 부회장이 인터뷰를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열린치과봉사회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1997년부터 2002년 즈음에 관악구에서 개원하고 있었다. 그때 고교 선배인 이수백 선생께서 입회를 권유하셔서 들어왔다. 입회 이후 관악구 후배인 김도윤 선생과 임익준 선생과 같이 영등포 자유의 집에서 노숙자를 대상으로 진료 봉사를 했다. 당시 이동 진료 버스에서 환자를 보기도 했는데, 자유의 집이 장안평으로 옮겨가면서 봉사가 일시 중단됐다. 2004년부터 중국 동포의 집에서 다시 봉사를 시작해 역시 문 닫을 때까지 매월 2주 금요일에 함께했다.

같은 개원지역이던 이수백 선생과 함께 활동을 나가다 보니 봉사에 대해 의논할 기회도 많았다. 그러다가 2013년 5월경 이수백 선생 추천으로 운영위원에 합류했다. 그 뒤 하나원과 중국동포의 집,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신도림 서남글로벌센터 등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니 월 3~4회까지 진료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중국 동포의 집에서는 일반진료와 함께 덴처도 했다. 하나원에서는 보철을 주로 했고, 노숙자에게도 틀니 위주로 했다. 부분틀니를 하면 오래 못 가니까 아예 풀덴처로 했다. 새로 해주면서 받는 분들을 보면 하늘을 얻은 것 같은 표정이어서 저도 기분이 좋았다.”

- 진료 봉사를 하며 자주 생각하게 되는 점은.

“열치 봉사활동과는 별도로 이수백 선생과 김창헌 소장, 저 이렇게 셋이서 강남 구룡마을에서 구강검진과 틀니 제작 등 진료 봉사를 따로 했다. 그곳에 수녀 한 분이 계신데, 오랜 시간 동안 쪽방촌에서 함께 기거하며 도움을 주는 분이다.

그 수녀님을 보면서 ‘우리는 월 2~3번 정도 봉사하러 가는데, 이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몰라도, 우리는 가진 기술을 조금 베풀어 주는 거지만, 그분은 몸과 마음을 모두 바쳐 봉사가 아닌, 어려운 이웃과 같이 생활하면서 기쁨과 어려움을 나누고 있었다. 참된 봉사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채규삼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2020년 6월 용평 워크숍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고 있다.
채규삼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2020년 6월 용평 워크숍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열치에서도 치과의사보다 치과위생사나 치과기공사가 더 진심 어린 봉사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과의사야 대부분 오너니까 봉사하러 가면서 누구 눈치 볼 일은 없다. 그렇지만, 치과위생사는 원장에게 ‘좀 일찍 나가겠다’고 양해도 구해야 하고. 봉사자가 더 힘과 정성을 들여 함께 한다고 생각하면서 더욱 감사하게 됐다. 이들이 ‘진짜 봉사’를 하는 거다.”

- 열치 봉사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코로나19로 봉사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일단 하나원의 경우엔 탈북자가 예전처럼 많지 않아서 코로나19가 끝나도 가기 쉽지 않을 걸로 보인다. 본원에는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으므로 그곳 근무자들이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분원도 대상자가 예전처럼 많지는 않다.

남을 위해 하는 봉사가 길게 가기 쉽지 않음에도 열치 22년이라는 그 긴 세월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거듭 말하자면 봉사자가 더 힘들다는 점도 잘 아는데, 뭔가를 쉬지 않고 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듯하다. 진료 자체보다 어시스트 문제 해결도 중요한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열치에서 치과위생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사업도 펼치고 있다.

사람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게 어려움의 하나다. 젊은 친구들이 봉사에 별 관심이 없어서, 열치에도 시니어만 있고 주니어는 거의 없다. 남에게 ‘같이 봉사하자’고 말하는 게 참 어렵다. 지금도 봉사자 노령화가 심각한데, 점점 격차가 벌어져 걱정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자주 만나지도 못하니 서로 화합하는 일도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떠나지 않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카톡이나 새로 출발하는 열치신문 등으로 서로 부지런히 소통해야 코로나19가 끝나서 봉사를 다시 시작할 때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채규삼 부회장과 그의 치과 전경.
채규삼 부회장과 그의 치과 전경.

- 더 많은 봉사를 위해 치과계에 바라는 말씀을 부탁드린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치과의사협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와 정부에서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지금 65세 이상 차상위 계층 등은 틀니를 해도 악당 8만 원가량이면 해결되니까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에 조금 못 미치는, 말하자면 65세 미만이나 차상위를 약간 벗어난 분들을 지원하는 방법이 절실하다. 같은 세상을 살면서 ‘사람이 음식을 씹어 먹고 살게는 해줘야’ 하지 않겠나. 치과계에서 이런 부분에 눈을 크게 떠서 봉사도 하고 정부에 건의도 하면 좋겠다. 그게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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