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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비자 알권리 충족은 기존 제도로 충분”
“의료소비자 알권리 충족은 기존 제도로 충분”
  • 김정교 기자
  • 승인 2022.05.20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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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로 의료기관은 저수가 경쟁에 몰릴 것
피해는 값싸고 질 낮은 의료 찾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
서치 김민겸 회장이 진술하고 있다.
서치 김민겸 회장이 진술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및 보고의 위헌 여부와 관련, 19일 헌재에서 열린 공개 변론에서 서울시치과의사회 김민겸 회장의 발표 내용을 게재해 독자 이해를 돕는다.

김 회장은 '정부의 비급여관리대책이 의료계와 국민건강에 미치는 유해성'을 제목으로 발표해 현장의 공감을 이끌었다.

다음은 김 회장의 발표 전문.

'정부의 비급여관리대책이 의료계와 국민건강에 미치는 유해성’

안녕하십니까? 정부의 일방적인 비급여 관리대책이 의료계와 국민건강에 미치는 유해성에 대해 발표할 서울시치과의사회장 김민겸입니다.

비급여 공개는 의료질서를 와해하고 의료영리화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 사건조항은 정부 주도의 저수가 유도로 의료의 수준과 질을 낮출 것입니다. 우리 국민에게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약속한 의료법 제1조의 취지와 다르게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치과 총진료비 중 급여 비중은 전체 매출의 36%이며, 원가 보전율은 56%에 불과합니다. 이 같은 원가 이하의 급여진료 손실을 보전하는 것은 비급여입니다. 때문에 비급여 통제에 대한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5년 사이 최저임금이 50% 이상 상승했습니다. 반면 건강보험 수가는 직장인 건강보험 인상률에도 못 미칩니다.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 급여 식대가 법무부 수용자들보다도 낮아 차세대 고용 창출 산업의 가치를 꺾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급여진료의 경우 난이도에 따라 수가가 달라지고, 재료대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정부의 비급여 공개제도는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단순한 가격 비교에 그치고 있습니다.  앞니 치료에 사용되는 올세라믹 크라운의 경우 제조회사, 수입 여부 등에 따라 여러 타입이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가격만 비교해 세부적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환자들은 낮은 수가의 의료기관만을 선호하게 됩니다. 의료인들은 단순하게 가장 원가가 낮은 재료와 치료기법에 내몰리게 되겠지요. 의료는 하향 평준화되고, 우리나라 환자들은 웃을 때 티가 확 나는 저렴한 앞니를 주로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심평원 데이터가 나오자마자 도용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민간의 의료비 플랫폼 지도입니다. 의료의 질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주위 치과와 가격만 비교된다면, 의료의 질보다 가격이 우선될 것입니다.

특히 비급여 공개항목은 그 중요성에 비해 어떤 항목을 공개할지 결정 기준이 모호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비급여 보고 항목도 비급여 공개와 동일하게 심평원이나 공단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가을 심평원은 비급여 공개를 결정한 이후 민간 플랫폼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현재까지 아무런 제재 수단 없이 방치하고 있습니다.

설령 이 공개가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한 데이터 축적이라고 하더라도,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만으로도 충분하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기본권 침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외국의 입법례를 제시했으나 이는 대부분 우리나라의 필수 의료 급여 항목에 준하는 항목들이며, 그마저 왜곡이 심한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미국 각 주의 비급여 공개 및 보고 사례(사진 왼쪽)입니다.

일본과 독일의 예(사진 오른쪽)입니다. 외국은 응급상황 등 필수 의료 관련 민간보험 수가 확인을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급여항목’으로 포함된 부문입니다. 

정부는 이 사건조항이 포함된 비급여 관리대책을 2020년 12월 31일, 말일에서야 발표했습니다. 이후 헌법소원 청구 만료 이틀을 앞두고서야 급작스럽게 고시를 공포하기도 해서 의료계는 의도적으로 이의제기를 방해한 것이 아니냐는 불신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은 비급여 보고 의무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조항 입법 당시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조사의 시의성, 탄력성 측면과 의료기관의 행정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현행과 달리 환자의 진료 내역까지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범위가 모호하고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로 분류되는 의료정보는 주요 해킹 표적입니다. 국내에서 이미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미국의 경우 의료정보 보호를 위한 별도 법령이 존재합니다. 이 사건조항에는 이에 대해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의료정보의 소유자인 환자 동의를 받지 않고 진료 내역 제출을 강제하는 것은 의료인의 양심 자유와 환자 개인정보를 중대하게 침해합니다.

정부는 오늘도 환자의 개인정보는 삭제하고 진료 내역을 받겠다고 발표할 것입니다. 하지만, 고시는 수시개정을 통해 언제든 바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국민의 의료정보는 공사보험 연계법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민간보험사 등으로 유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치과계를 포함한 의료계가 자료 제출에 절대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미국의 경우 의료정보 소유권은 환자에게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신과 환자 등에게 비급여 진료 내역 제출 동의를 받을 수 있을까요? 못 받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행정적으로도 문제입니다. 그동안 의료기관의 재량껏 운영해왔던 비급여 진료 내역에 대해 거짓 보고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AS 등 예외 경우에 엄청난 혼란이 가중될 것입니다.

98% 이상의 치과는 5인 전후 소규모 사업장입니다. 최근 법정의무교육 등 행정업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감당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거짓 보고 시 과태료 부과는 더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이 사건조항을 대표 발의했던 정춘숙 의원조차 지난해 국감에서 “저수가 유도로 의료의 질이 무시되어 국민피해가 예상된다. 가격덤핑 등 의료영리화에 대한 정부 대책은 무엇인가”라며, 입법 취지와 다르게 정부의 정책이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이 사건조항은 저수가를 만회하기 위한 과잉진료, 환자 불법 유인, 먹튀 치과 등을 양산해 1인1개소법을 위반하는 등 의료질서를 무너뜨리고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전가할 것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민, 즉 의료소비자의 알권리 충족은 기존의 제도로도 충분합니다. 이 사건조항으로 대다수 영세한 의료기관은 저수가 경쟁으로 내몰리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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