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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열치 봉사상 수상자 “봉사하려면 열치로 오시라”
[인터뷰] 열치 봉사상 수상자 “봉사하려면 열치로 오시라”
  • 김정교 기자
  • 승인 2022.05.26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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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옥 봉사자··· “작은 힘도 큰 도움 되니 감사”
이현옥 봉사자
이현옥 봉사자

열린치과봉사회가 올해의 봉사상 수상자로 불광동 이쎈치과에서 근무하는 이현옥 치과위생사를 선정해 시상했다.

이 선생은 간호조무사로 치과에 근무하면서 갈현동 은진교회 집사로 봉사활동을 꿈꿨고, 순전히 봉사를 위해 늦깎이로 대학에 진학했다.

2017년 졸업과 동시에 열치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있기 전까지 화천 제2 하나원에서 활동했다.

자그마한 몸집에 기운이 넘치는 이현옥 선생으로부터 ‘봉사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 먼저 수상 소감 말씀을 부탁드린다. 처음에 인터뷰를 사양했는데, 결심해 주신 배경도 궁금하다.

“열치라는 잘 차려진 밥상에 젓가락만 얹었을 뿐인데 과분하게 상까지 챙겨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린다. 더 열심히 제 자리를 지키라는 말씀으로 받고, 첫 마음을 잃지 않고 겸손히 한분 한분께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사실 저는 이렇게 나서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봉사의 기쁨과 행복을 제 입으로 전하다 보면 한 분의 봉사자라도 더 나타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다.”

- 열치에 언제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는지.

“원래 간호조무사로 치과에 근무했고, 종교가 기독교라 봉사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봉사자로 활동할 곳을 찾아봤으나 모두 치과위생사만 모집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자란 뒤 봉사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나이 50에 수원여대 치위생과에 입학해 2017년에 졸업했다.

그러면서 봉사할 곳을 찾았는데 열린치과봉사회의 봉사자 모집 광고를 보게 됐다. 기쁘게 참여했고, 시간이 맞는 서남글로벌에서 첫 활동을 시작했다.”

이현옥 봉사자가 인터뷰 중 활짝 웃고 있다.
이현옥 봉사자가 인터뷰 중 활짝 웃고 있다.

- 특별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치에서 봉사활동이 좋은 점은 무엇일까.

“봉사활동을 혼자 할 순 없고 직역에 따라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열치는 봉사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서 저는 몸만 가서 해야 할 일만 하면 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예전에 미용 봉사를 하기도 했는데, 그땐 모든 것을 자신이 알아서 해야 했고, 식사도 각자가 해결했다.

그래서 처음 열치에서 봉사를 마친 뒤 같이 식사하자고 할 때 ‘봉사는 내 것으로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있었고, 쑥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그렇게 어울리며 얼굴을 익히고 친해지기도 하고 모르는 점을 물어보기도 하니까 좋았다. 지금은 다들 함께 하는 시간이 어느 때라도 고맙다.”

- 열치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그리고 어떻게 이겨냈는지.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그래도 처음 봉사에 참여하면서 매사 서투른 저에게 힘을 주신 분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고맙다. 신덕재, 송근 원장님, 조경애 치과위생사 샘이 많이 도와주셨다. 특히 신덕재 원장께서는 제가 실수를 하거나 일 처리가 서툴러도 “괜찮아, 처음엔 다 그래”하며 용기를 주셨고, 쉬는 날에는 함께 식사하자고 부르기도 하셨다. 이러한 여러 가지 배려로 제가 열치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 기억에 남는 환자도 있을 듯하다.

“하나원에서 활동하면서 나이 지긋하고 인상이 참 좋은 환자분의 브릿지 보철을 해드렸는데, 그렇게 좋아할 수 없었다. 작은 도움의 손길을 드렸을 뿐인데, 따뜻한 표정으로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때 지방으로 간다고 했었는데, 지금도 적응을 잘하는지, 생각이 난다.”

- 다른 동료 치과위생사에게 봉사 참여를 권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봉사하면서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고 걱정도 했다. 그렇지만 날이 갈수록 ‘같이 힘을 보태는 것만으로도 내게 귀한 시간이고 서로에게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즐거움을 알고 싶은 치과위생사는 ‘일단 열치 봉사 현장에 와서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같이 힘을 보태면 서로서로 용기를 얻게 될듯하다.”

이현옥 봉사자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현옥 봉사자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앞으로 어떤 봉사활동을 하고 싶으신지.

“제가 차멀미가 심하다. 화천 하나원에 처음 가면서 차 안에서 토를 했다. 주변 분들에게 폐를 끼쳐 정말 죄송했는데, 모두 다독여주셔서 잘 이겨냈다. 다음부턴 멀미약을 미리 먹고서 소풍 가는 마음으로 출발한다.

시간이 되고 건강과 환경이 허락되면 언제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함께 하고 싶다. 멀미가 괜찮아지면 해외 봉사도 가보고 싶으나 언제가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차멀미도 그렇지만 비행기 멀미가 장난이 아니라 제주도도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열치가 지난 9일 진료 봉사를 재개한 서울역 다시서기센터에서 넷째 주 금요일에 나갈 계획이다. 코로나19로 2년여를 활동하지 못했으니 그 갚음을 위해 더 정성을 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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