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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론을박] 치과의사의 자격 제한?
[갑론을박] 치과의사의 자격 제한?
  • 김성오 교수
  • 승인 2022.06.28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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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오 연대 소아청소년치과 주임교수
김성오 연대 소아청소년치과 주임교수

지금까지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치과의사 면허 자격을 부여받은 자이면 누구든지 치과 분야의 모든 영역을 시술할 수 있었다. 의료법은 치과의사가 치과 진료를 시행할 때 그 자격을 제한하는 별도의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 지난 2019년 3월 21일 구순구개열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적용 시 치과의사의 자격을 제한하는 보건복지부 고시가 공표되었다(고시 제2019-48호). 대한소아치과학회는 본 고시 공표 전 의견수렴을 위한 사전 수가 개발협의체 및 실무협의체 회의에서 자격 제한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되었고 고시는 강행되었다.

“시술자를 정해놓고 누구만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OO과 의사가 아닌 다른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음”<구순구개열의 치아교정 수가 개발협의체 2차 회의 결과 보고에서 발췌된 대한소아치과학회의 의견>

이렇게 치과의사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본 학회의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강행된 고시에 대하여 대한소아치과학회는 고시에 대한 반대의견 성명서를 즉시 발표하였고, 사단법인 한국치과교정연구회(이하 KORI)와 뜻을 모아 2019년 6월 19일 행정법원에 치과의사의 자격 제한을 해제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시작하게 되었다.

본 고시 이전에 구순구개열 환자들의 치과 진료는 자격 제한이 없었다. 구순구개열 환자들은 일반 치과의사와 분쟁을 일으킨 적이 전혀 없으며, 치료를 해줄 수 있는 적절한 치과 전문가들에게 자발적으로 의뢰되었다.

고시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의 재원에 한계가 있고 전문가가 아니면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는 불확실한 가정하에 자격을 제한하였지만, 실제 법원 소송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과거 환자와의 법적 분쟁판례를 한 건도 제시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2020년 4월 24일에 자격 제한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원고 패소판결을 하였다.

이에 본 학회와 KORI는 연합하여 동년 6월 13일 고등법원에 다시 항소하였으며, 본 시행령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받아들여져서 동년 8월 25일 집행정지 효력이 개시되었다. 이후 얼마 안 되어 보건복지부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 5명에 대한 시술 자격을 푸는 내용으로 고시를 개정하여 동년 9월 14일 공고하였으나(고시 제2020-208호) 여전히 일반치과의사의 시술 자격을 제한하는 상태이다.

변경된 고시는 이전에 구순구개열 환자를 교정 치료한 경험이 있는 치과의사와 5년간 교정환자를 85증례 이상 치료한 치과의사를 허용하는 것으로 그 범위가 약간 확대되었는데, ‘협진 의료체계’를 구축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자격 제한이 이같이 완화되기는 했으나 그 조건이 여전히 일반치과의사의 참여를 막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치과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치과의사들에게 5년간 85증례의 교정환자는 불가능한 목표임을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과거 협진 의료체계 구축을 하지 않았던 시기에도 치과의사 간 얼마든지 협진 의뢰가 가능했다. 그런데 ‘협진 의료체계 구축’을 입증하는 서류를 내야지만 구순구개열 환자를 볼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왜 필요한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고시에 따르면 협진 의료체계를 구축해야만 진료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협진 의료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협진 의뢰를 하면 불법이 되는지 독자에게 묻고자 한다. 치과의사들이 이전에 협진 의뢰를 해온 다른 영역의 전문진료는 모두 불법적이었다는 것인가? 지금까지 이런 협진 의료체계 구축 없이 상호존중으로 진행되어온 기존의 협진 의료 방식을 불신한다는 것인가?

구순구개열 환자의 교정 치료보다 훨씬 더 어렵고 난해하여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정도 되어야 시술이 가능한 ‘악교정수술’조차도 치과의사의 자격 제한이 전혀 없고 협진 체계 구축을 요구하지도 않는데, 도대체 왜 보건복지부 고시에서 이와 같은 자격 제한의 문턱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본 고시는 그 자격을 특정과 전문의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해당 분야를 수련받는 전공의의 치료도 불법이라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전공의는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을 받는 일반치과의사이므로 시술자를 제한하는 본 고시에 근거할 때 진료 자격이 없다.

즉, 해당과 전공의는 다른 일반환자의 교정진료를 할 수는 있어도, 본 고시와 연관된 구순구개열 환자를 치료하면 안 된다. 결과적으로 해당 전문의들은 구순구개열 치료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는 구순구개열 교육은 받았으나 치료 경험은 전무한 초보 전문의에게 갑작스레 치료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치료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을 유도하고 있다.

한편, 현행 의료법은 모든 치과 시술에 대하여 치과의사의 시술자 자격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육 및 의료발전의 목적상 치과대학생에게 조차도 시술할 자격을 합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단, 치과대학생이 시술할 경우 면허가 있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문제 발생을 예방하고 있다. 

본 고시는 이와 같은 의료법에서 허용하는 교육체계를 무시하고 특정 전문의에게만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2020년의 고시 개정으로 인하여 원고 측은 시술 자격을 회복하게 됨으로써 2019년 고시로 인한 개인적 불이익은 소멸되었으나, 이로 인하여 “소의 이득이 없음”으로 소송 자격을 상실하는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어 고등법원에서 소송이 기각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원고 측의 호소와 전국 치과대학 소아치과 주임교수진의 탄원서를 제출하며 4시간에 걸친 증인 신문까지 받게 되어 소송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2022년 5월 25일 고등법원 선고에서 다시 원고는 패소하였다.

패소에 불복하여 지난 6월 15일에 대법원에 다시 상고하였다. 뿐만 아니라, 원고 측 자격상실로 인한 기각결정이 예상되어 여전히 자격 제한이 있는 일반치과의사가 원고가 되는 1심 소송을 KORI 측과 협조하여 새로이 준비하고 있다.

본 학회가 행정소송을 시작하고 두 번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까지 가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보건복지부가 충분히 의견수렴을 하여 모두가 동의하는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여 고시를 공표한 것이 아니라, 특정 학회의 의견만을 편파적으로 받아들여 반대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급하게 강행하였기 때문이다.

공적 업무를 담당하여 공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보건복지부에서 그 중심을 잃고 특정 단체의 의견만을 받아들여 그 기득권을 확보해주고 유지해 주기에 급급해한다면 어찌 신뢰할만하다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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