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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로 걷는 길, 치과위생사 동료가 함께 하길”
“뚜벅이로 걷는 길, 치과위생사 동료가 함께 하길”
  • 김정교 기자
  • 승인 2022.09.26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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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숙 치위협회장 취임 100일 특별 인터뷰··· “회무 ‘자주적’으로 추진할 것”

대한치과위생사협회가 지난 6월 18일 선거에서 단독출마한 황윤숙 후보(한양여대 교수)를 압도적 지지로 선출한 뒤 8월 27일 임시총회를 열고 사업과 예산 등 주요 계획을 의결했다.

당선 후 100여 일, 임총 뒤 한 달 만에 만난 황 회장에게선 여전히 특유의 자신감이 넘쳤다.

인터뷰 내내 답변에는 거침이 없었고, 회원이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에서는 결연함이 느껴졌다.

황 회장의 생각을 정리한다. <편집자 주>

 

- 회장 당선 100일이 갓 지났다. 소감 말씀을 부탁드린다.

“이제 정말로 시작이다. 여태까지는 전 집행부가 세워놓은 예산과 계획으로 했으나 이번 달부터는 우리가 세운 계획을 하나씩 체크하면서 가야 한다. 올해가 이제 석 달밖에 안 남았지만 지난 임총에서 예산안 승인받은 것들을 우리가 자주적으로 해야 하는 시기에 들었다.”

- 자주적이라면.

“전에는 이전 집행부가 해놓은 계획으로 일을 했으니 어떤 건 루틴하기도 했고, 어떤 사업은 제가 세운 게 아니므로 이해 못 하는 것도 있었다. 이제 임직원들과 새 사업 계획을 마련했으니 온전히 우리가 세운 사업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애들 연애하는 말로 하면 오늘부터 매일이 1일이다.”

- 지난 총회 인사 말씀에서 치과위생사의 권익 증진에 힘쓰겠다고 하셨는데, 사실 권익 증진이라는 게 쉽지 않다.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시는지.

“노동이 행복하려면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 동기부여가 되어서 우리 스스로가 깨우치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협회는 그 여건을 만드는 일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치과위생사는 전문가이고, 전문직이 갖는 게 자율성이다.

그런데 많은 치과위생사가 지도와 감독이라는 단어 때문에 사실은 많이 위축됐었다. 우리는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생각은 없다. 그 안에서 스스로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고 또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시키는 일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자기가 있는 일터에서의 자기 주도성을 찾아야 한다.

저도 학교라는 조직안에 매인 몸이지만 그 테두리 안에서 우리 학생을 위해 학교에 제안하거나 총장을 설득하기도 하니까 치위생과가 제일 후발 주자임에도 학교의 메인으로 갈 수 있었다. 이렇듯 치과위생사가 자기의 일에 대해 스스로가 능력을 깨우치고, 나아가고, 변화시키고,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것은 제가 하는 게 아니고 문화가 만들어 내야 하는 거다. 예를 들면 주변에서 그런 일을 했을 때 같이 동참해야 하고, 응원해야 한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하더라도 응원과 동참이 없으면 힘을 얻기 어렵다.”

8월 27일 총회에서 황윤숙 회장이 개회인사를 하고 있다.
8월 27일 총회에서 황윤숙 회장이 개회인사를 하고 있다.

- 전문 치과위생사 제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지난 집행부에서 전문 치과위생사 제도에 대해 연구 용역이 나갔고 결과가 나왔으나 코로나19 때문에 공청회를 못 했다.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구강보건 기본 계획에 전문 치과위생사 제도를 넣었다. 우리가 그런 논의를 쭉 해왔고, 복지부도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면 우리 안에서 장을 열어놓고 다양한 얘기를 들어야 하겠다.

어떤 영역에서 전문이 필요한지, 방향성을 잡아서 상대가 있다면 함께 논의해야 하고, 우리 안에 설득이 필요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것에 더 전문화된 능력이 필요한가, 외국은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 우리 현실 안에서 우리가 원하는 전문에 대한 개념은 무엇인지, 논의하는 공청회를 이번 주말(9월 24일)에 연다.”

- 회원 제안으로 회원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여태까지의 수렴 방식은 탑다운이다. 중앙회가 뭘 만들고 하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은 한다. 주로 시·도회에 의견을 묻거나 조금 더 큰 것은 공청회를 통해서 듣기도 한다. 이런 방식에 대한 제 생각은 ‘그들만의 리그’ 같은 협회 운영이라는 거다. 이제 필드에 있는 사람들이 소리를 좀 내야 한다.

그래서 제 취임식 날에 일반 회원을 초대했던 것이고, 그때 ‘회장에게 한마디’를 받았었다. 그 안에 회장한테 쓴소리도 있었고, 조금 칭찬의 얘기도 있었다. 이렇게 쌍방향 소통을 해야 한다.

회원 제안에서 협회 재정상 할 수 없는 거창한 것이 나오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회원이 특정 사안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자거나 정회원의 환경 문제 등은 같이 열어놓고 생각해보자는 거다.

이번 회원 제안에서는 방법상 좀 특이한 게 몇 가지 있다. 우선 심사를 중앙회가 하지 않는다. 직원과 시·도 회장, 일반 회원 2인 등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토록 했다.

직원을 넣은 것은 제안 내용의 현실성을 보기 위한 것이다. 수용 가능성 등에 대해 협회 규정상, 또 법규상, 그다음에 재정상, 이런 점에서 수용할 수 있는가를 봐야 하니까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직원이 한 사람 들어가라고 했다.

그다음에 시·도 회장이 들어가도록 했다. 시·도회 운영을 현실적으로 하고 있으니까. 어느 회장이 할지는 아직 결정 안 했다. 왜냐하면 지원하는 사람 가운데 제척 사유가 없는 사람을 뽑아야 하니까.

브라인드 테스트를 하겠지만, 일반 회원 중에 둘이 더 심사에 참여토록 하도록 했다. 따라서 우선 심사위원이 다양하게 구성될 거고, 그렇게 해서 보는 눈을 다르게 갖고 가겠다는 거다. 공식 명칭은 제안심사위원회 이런 정도면 될 것이다.”

- 국제 치위생 심포지엄은 구체적 준비가 어떻게 되고 있나.

“위원회 구성 같은 조직의 밑그림은 그렸고, 국제행사 진행 관련 규정을 만들고 있다. 조직위원회 구성을 위해 아일랜드 조직위원회의 협조를 얻어서 조직표를 받았는데, 우리 현실과는 조금 다르더라. 그들의 자유로움이나 분방함은 있지만, 우리는 우리 형식의 편안함도 있는 거다.

그래서 저는 우리 방식으로 가려 한다. 우리 종합학술대회 방식으로 갈 거고, 조직위원회도 그렇게 꾸릴 생각이다. 국제 치과위생사 연맹을 하기 위해 코엑스 예약을 했고, 대행업체 미팅이 끝나 있다. 일본 치과위생사협회와 학술대회 참석 이런 것에 대한 요청도 오가고 있다.

이 행사로 우리 회원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외국 친구와 소통하는 걸 얻으면 그건 큰 수확이고 의미가 있다. 자라나는 후배들이 국제대회를 치러본 경험으로 이 협회를 운영할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또 외국이 우리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이 두 가지만 얻어도 저는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 치과위생사 대국민 홍보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는 국가 홍보 자문을 꾸준히 맡아오고 있어서 홍보가 성공했을 때 어디까지 도달해야 하느냐, 이런 걸 고민하는데, 결국 지금의 홍보는 재생산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 본다. 협회 홍보가 하루아침에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그렇지만 메시지는 일단 긍정적인 거, 국민에게 필요한 전문가라는 인식을, 작든 크든 꾸준히 내보낸다.

그다음에 홍보의 중심을 협회에서 옮겨 시·도회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지금 홍보팀에서 시·도회장들 인터뷰 같은 것도 준비하고 있다. 치과위생사로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예를 들면 사진가, 꽃꽂이 작가, 책 쓰는 작가 등으로 다양성을 보여줄 계획이다.

그다음에 준비하고 있는 게 협회 홍보를 위한 서포터즈 운영이다. 젊은 치과위생사가 해시태그를 자기가 달고, 이렇게 해서 여태까지 중앙회 중심으로 내보내는 홍보만 하던 것에서 시민이나 젊은이의 생각을 짚어내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 치과계 동료 단체나 간호사협회 등과도 공조나 협조가 필요하지 않은가.

“치과위생계에는 치과 진료라는 부분이 있고 보건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제가 보는 문제점은 너무 착하게 우리를 묶어 놓는 데 있었다. 그러니까 파트너가 한 사람밖에 없는 거다. 이게 간호사일 수도, 조무사일 수도, 약사일 수도 있다.

저는 약사회하고 보수 교육도 진행해 봤고, 이런 것들이 많으니까. 제 주변에는 또 보건을 하시는 분들이 있고 하니까 그것도 같이 생각을 하고 가는 부분이다.

회장이 되자마자 치협부터 만나서 상생을 얘기했다. 지금 치협하고는 복지부에 치과위생사 교육을 위한 육성센터를 해달라는 공문도 같이 냈고,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유인력과 관련해 이번에 두 번째 실무자 미팅에 들어가고 있다.

치과기공사협회하고도 임원진끼리 이미 만났고, 서로가 알아가는 과정을 좀 더 현실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임원이 아니라 회원이 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의료기사 단체와 교류도 활발하게 잘하고 있고 자주 만났다.

우리 업무라는 게 내 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내 몸 밖에서 도움을 얻어야 하는 일이 많은데, 받을 도움은 받아야 하겠다.”

- 회원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어디 행사에 가면 사람들은 저에게 윗자리를 비워준다. 저는 그런 대우를 받는 사람은 받은 만큼 사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하루는 쪽방촌 강의와 부유층 대상 강의가 겹쳤는데, 주변에서 쪽방촌 강의는 제자를 보내고 저더러 부유층 강의에 가라더라. 저는 쪽방촌에 갔고, 거기 식당에서 500원짜리 가락국수를 하나 얻어먹고 강의했다.

제 삶이 늘 그래왔던 것 같다, 선택의 기로에 서면. 저는 이런 것들에 가식이 아닌, 제가 살아온 축적으로 결정했다. 이렇듯 많은 치과위생사가 이런 것으로 자극받고, 그래서 진짜 전문가로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그렇게 진심으로 한 발 두 발 천천히 뚜벅뚜벅 걷는 게 제가 선배로서 보여주는 길이고, 그 길에 많은 후배가 같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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