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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상철 서울치대동창회 36대 신임회장
[인터뷰] 정상철 서울치대동창회 36대 신임회장
  • 김정교 기자
  • 승인 2023.04.13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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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한 일보다 소외 동문 찾는 일에 더 집중”

서울대 치과대학·치의학대학원 총동창회가 3월 15일 대학원 본관 6층 강당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제36대 신임회장에 정상철 원장(42회, 산본 명문치과, 사진)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정 신임회장은 당선 후 첫 행보로 치협과 서울시 회장단 선거에 나섰던 후보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의 상한 마음을 위로했다. 또 당선자에게도 전화해 축하와 앞으로의 화합을 당부했다. ‘출신대학이 아닌 치과계 전체의 단합’을 말한 것이고, 앞으로 동창회도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 했다.

정 회장의 각오를 일문일답으로 풀어 본다. [편집자 주]

- 동창회장 당선을 축하드린다. 앞으로의 방향을 말씀해 달라.

“지금 서울치대 동문이 8,903명이다. 올해 77명이 졸업해서 그렇게 됐는데 돌아가시기도 하고 치과를 그만두기도 해서 연락이 되는 동문은 4,700~5,000명 정도 된다. 그 가운데 회비 내는 분이 1,000명가량 되니까 동창회 참여 활성화가 중요하다.

동창회에서 하는 정기적인 행사로 골프대회나 투어, 관악과 같이 하는 나눔 음악회 등 수없이 많다. 그런데, 사실 이런 행사는 저 아니라 누구라도 다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루틴이 형성돼 있다. 

그래서 저는 약간 어두운 곳, 소외된 동문을 많이 찾을 생각이다. 이번 선거에서 떨어진 친구들을 만나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는 것도 그런 일환이다. 동창회는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밥만 잘 먹인다고 부모는 아닌 것 같다. 몸이 아픈 동문을 찾아 힘을 북돋는 일도 중요하다.

동창회 이름으로 뭘 하나 사다 주는 것보다 카톡으로 동영상을 보내 말로라도 ‘○○○ 동문님, 힘내십시오, 동창회장입니다’하고 인사하는 것도 8천, 9천 명의 동문을 대표해서 하는 일이다. 우리가 마음으로 이렇게 동문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

- 이번 치협 회장 선거에 동창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다.

“이제는 서울치대 동창회가 그런 일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같은 치과의사 동료로서 치과계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 다른 직역의 도전에 힘있게 맞설 수 있고, 이겨낼 수도 있다.

저는 동창회는 좀 다른 면으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우리가 협회에 좋은 정책을 제시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면으로 나가야지. 언제까지 협회장 하려고 싸우겠는가.”

- 새 집행부 임원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내 후대에도 일을 맡을 후배들이 있으니 그 친구들과 함께하려 한다. 임기 2년을 마치면 끝나는 게 아니라 롱텀으로 5년 10년을 내다보고 내가 큰 그림의 밑바탕을 그리려 한다. 그래서 36대 집행부는 젊은 일꾼으로 꾸릴 생각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이 많이들 어렵다고 하더라. 저도 결혼을 일찍 해서 군의관 시절에 애 우윳값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는데, 요즘 친구들은 개원도 쉽지 않고 페이도 마땅찮고 해서 학원 선생으로 나가기도 하니까.

그래도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공보부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파트는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돼야 한다. 회장 바뀌면서 모두 바뀌니까 4월호 회보가 아직도 못 나오고 있다. 이런 부분은 회장이 누가 되더라도 연속적으로 일이 추진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 어려운 후배들을 위해 동창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선은 임상 진료에 필요한 지식과 술기를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제가 졸업하고 수련받고 지금까지 진료했어도 때때로 ‘내가 이렇게 많은 걸 모르고 있었구나’ 생각하는데 젊은 친구들은 이루 말할 게 없다.

전문의를 따도 마찬가지니까 무료 강좌를 해서 실력 키우는 것을 도와주되. 이게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1회, 2회하고 끝난다는 건 그만큼 어려우니까 그렇다. 그래서 여러가지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 동창회가 해야 할 역할과도 맥이 닿겠다.

“제가 밖에 있을 때 느낀 게 ‘동창회는 무슨 일 하나’였는데, 이제 제가 나이가 되어 거꾸로 그 질문을 받아야 할 대상이 됐다. 저는 그래서 그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작년에 100주년 할 때 한 동문이 1억 원을 약정했다. 이 사람은 본과 3학년 때 학교에 다닐 여건이 안 돼서 1년 쉬고 돈을 벌어서 돌아오겠다고 했더랬다. 제가 당시 장학금 받은 친구 중에 잘사는 친구들에게 ‘뱉어 내’라고 졸라서 등록금을 마련하고, 책은 출판사 외판부의 총무(동급생의 책값을 거둬 출판사에 내면 자신의 책은 무료로 받는 사람)를 시켜서 끌고 같이 졸업했다. 그렇게 어렵게 공부한 사람이 100주년 때 1억 원을 낸 거다.

그런데 이렇게 숨겨진 동문이 많더라. 이런 분들을 찾아 어려운 후배를 돕도록 하는 일도 동창회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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