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에 ‘목숨을 거는 리더’가 있는가?
치과계에 ‘목숨을 거는 리더’가 있는가?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9.07.11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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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치과의사, 투쟁방식의 차이를 보며

최대집 의협회장이 ‘국민을 위한 최선의 진료가 가능한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단식 투쟁에 들어간 지 8일째인 9일 오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그는 2일 단식을 시작하면서 △문 케어의 전면적 정책변경 △수가 정상화 △한의사의 의과 영역 침탈행위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 등 6가지를 선결과제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단식을 결심하게 된 가장 현실적 사건은 건정심의 의원급 수가 2.9% 인상이었다.

최 회장은 이촌동 의협회관 앞마당에 설치된 천막 속에서 40도가 훌쩍 넘는 폭염을 견디며 의료계 전 직역 회원은 물론 여야 국회의원들을 맞아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에 대한 의지와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절박하게 호소했다.

단식 7일째인 8일 김철수 치협회장을 비롯해 약사회와 간호사회장도 단식 현장을 찾아 응원을 보냈다. 9일에는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도 방문했으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보였다”고 의협은 전했다.

이렇듯 최 회장이 제시한 6가지 선결과제에 대해 치협을 비롯한 의료계는 물론 국회와 정부까지 관심을 나타내며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최 회장이 쓰러졌다.

의협 주변에서는 “문 케어 정책변경이나 수가 정상화 등 제시된 과제가 복지부 차원에서 단독 접근이 쉽지 않은 명제”라며 “단식 당사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갔으니 이제 조용하게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틀렸다. 단식 투쟁은 의협 상근부회장이 10일 아침부터 바로 이어갔고, 그에 따라 의료계의 요구도 정부를 향해 다시 고개를 들었으며,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방상근 부회장은 10일 단식에 들어가면서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최 회장은 단식 투쟁을 시작하며 ‘내가 쓰러져도 병원에 보내지 말아 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의료를 살릴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국민이 좀 더 편안하고 건강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서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해 내가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여러 차례 말했다는 것이다.

방 부회장은 이어 국민과 의사 동료에게 의협 집행부가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해야 하는 ‘대한민국 의료의 민낯’을 조목조목 설명한 뒤, 백창우 시인의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를 들고 단식 투쟁 재개를 알렸다.

“대한민국 의료를 살릴 수 있다면, 의사는 죽을 수 있다”는 그들의 열망이 세상에 더 크게 울려진 것이다.

그렇다면 치과계에는 치과의사를 위해, 종사자를 위해, 근본적으로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 사건이 없을까. 사활을 걸만한 명제로 당장 ‘1인1개소법’이 떠오르는 것은 최대집 회장이 쓰러지기 하루 전인 8일까지 헌법재판소 앞에서 ‘1376일째’ 이어진 1인시위 덕이다.

1인시위를 햇수로 3.8년, 달수로 45.9개월을 이어온 것은 1인1개소법이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 그리고 국민에 그만큼 소중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치과의사가 겨울 찬바람과 여름 불볕, 그리고 오늘의 장맛비 속에서 홀로 헌재 앞에 나선 게고, 이것이 ‘1376일째’ 이어졌다는 점을 상기하면 실로 대단한 일이다.

나선 것은 장한 일이나 실천 방법은 구차했고, 숫자를 제외하면 의미를 찾기도 어렵다.

아시다시피 치과계의 1인시위는 오전 9시 헌법재판관의 출근 시간에 맞춰 8시 30분경부터 준비해 30여 분 동안 ‘헌재 정문을 배경으로 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재판의 주역인 법관에게 뜻을 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30분 시위’의 효과를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차치하고라도 그나마 늦어서 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날도 있고, 약속한 사람이 나오지 않아 대신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펑크가 나는 날도 있다 한다.

그러함에도 헌재 앞 1인시위가 치과계에 의미를 주는 것은 치과계 전문지를 통해 전달되는 ‘현장 사진’ 때문이다. 헌재 정문을 배경으로 환히 웃고 있는 시위자들은 “나는 오늘도 우리를 위해 현장에 나왔다”고 외친다. 이를 본 치과의사들은 “열심히 하고 있네”라 박수를 보내며 같이 나서지 못함에 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국민은 이러한 시위방식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1인1개소법의 중요성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고, 재판관을 비롯한 법원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1376일 시위하는 동안 의료계나 간호계, 약사회에서 동조의 뜻을 나타내러 온 사람이 누가 있던가. 복지부 차관은 아니더라도 법원 사람이 시위 현장에 와서 “대화로 해결하자”고 말한 적이 있던가.

치과계에는 무한한 의미이지만 의미 전달방식은 실패라는 것이고, 더구나 30분 시위로 뜻이 전달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사진을 본 치과의사들 외에는. 결국, 1인시위가 치과계끼리의 리그가 되고 있다고 말하면, 또 검찰에서 누군가를 보아야 할까.
 
이렇듯 의료계와 치과계가 주장하는 명제도, 투쟁방식도 다르지만 두 그룹이 스스로 앞날을 향해 그려나가는 그림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목숨을 걸만한 일에 의료계는 목숨을 걸었고, 치과계는 걸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 단식투쟁하다가 실제 죽는 사람은 없다. 쓰러지면 병원에 실려 가 링거 맞으며 요양하면 살아나는 거고, 최대집 회장처럼 본인이 가지 않겠다고 해도 의식을 잃은 사람을 주변에서 버려두지 않는다. 그러니 단식도 ‘쑈’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단식이 최선은 아니겠다. 그러나 치과계를 진실로 위하는 마음이 있는 리더라면 몇 끼 밥을 양보할 수도 있지 않을까. 30분 1인시위보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전달방식은 없을까. 리더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족(蛇足)= 1인시위 숫자를 ‘1376일’로 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日)은 하루인데 30분으로 어찌 하루를 대신한다는 말인가. 공사장 잡부도 30분 일하고 일당(日當)을 달라고 하진 않는다. ‘1376번째’라면 수긍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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