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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의학에세이[2]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김영진 의학에세이[2]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 김영진 고려대 의료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치의학박사
  • 승인 2020.03.09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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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고대 의학의 태동

김영진 박사
김영진 박사

‘알도스 헉슬리’(1894~1963)는 “태초의 인간은 농부가 되기 이전에 이미 약물학자였다”고 했으며, 유명한 내과 의사인 ‘윌리엄 오슬러’ 경(1849~1919)은 “사람은 날 때부터 약물을 갈구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사람이 짐승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지적하였다.

인간이 약물을 사용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지금부터 약 4000년 전에 수메르인이 점토판에 새겼던 약물 처방전이다. 이 처방전에는 불특정 질환에 대한 열 가지 정도의 약물이 다루어져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기원전 2900년경의 이집트에는 이미 초기 의학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현재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의학 기록은 지금부터 약 3500년 전인 기원전 1500년의 ‘파피루스 에베르스(Papyrus Ebers)’이다. 여기에는 800여 개의 약물 처방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들 처방에 사용된 각각의 약물을 망라하면 무려 700여 종류에 달한다.

고대 이집트의 기록을 살펴보면 약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생명의 집’이라 불리는 곳에서 일했으며 주 제조 인으로 일컫는 책임 약사 외에 약물 채취인과 준비인 등으로 세분된 직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온다.

사실 문자로 기록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질병 치료기록은 인류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의 중심에 있었던 바빌론에서 시행된 의술이었다. 기원전 2600년경으로 확인된 이 기록에 따르면 당시에 질병 치료를 담당한 사람들은 승려나 의사 또는 약사였을 수도 있고 이 세 가지 직능을 모두 겸비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고대 바빌론의 의술은 약물처방과 샤머니즘적인 주술이 함께 했다.
고대 바빌론의 의술은 약물처방과 샤머니즘적인 주술이 함께 했다.

그러므로 이들이 역사상 최초로 기록된 샤먼(sharman)이다. 그 예로 석판에 새겨진 그 시대의 의학 교과서에는 먼저 질병들의 증상을 기록한 다음 치료법과 함께 신에게 보내는 주술적 기원도 함께 기록해 놓았던 것이다.

이후 샤머니즘이 전문직으로 분화하면서 병을 치료하는 의료업자나 약제사와 주술사이자 종교인 격인 샤먼들의 역할도 점차 분리되어 갔다. 그러면서 샤먼들이 주술에 사용하는 신성한 물건들, 특히 술과 같은 약물과 주로 음식물로 차려진 제물들과의 차이점이 점차 모호해진 반면, 의료업자나 약제사들은 병을 치료하면서 얻은 공통된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된 지식을 기록하고 계승시킴으로써 의학과 약학이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토대를 이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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