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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의학에세이[5]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김영진 의학에세이[5] 현대의학의 발자취를 따라서
  • 김영진 고려대 의료법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치의학박사
  • 승인 2020.03.30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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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고대 의학의 발전
김영진 박사
김영진 박사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편의 발견자가 여신 ‘데메테르’로 되어 있다. 기원전 300년 무렵 그리스의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의 저서에서도 아편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영어로 아편을 의미하는 ‘오피움(opium)’이란 단어는 그 시대의 라틴어 이름인 ‘opium’에서 유래한 것이다. 양귀비에서 아편을 추출하는 법이 중국으로 전파되면서 ‘opium’이 중국어인 '아편'으로 음역되었다. 하지만 고대 유럽에서의 아편 사용은 서로마 제국의 멸망으로 일시 중단되었다.

이같이 약효가 인간에게 발견된 이후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아편은 인간과 고락을 같이 해왔다. 주 효능은 중추신경계통에 작용하는 것으로 진통, 진정작용이 뛰어나서 모르핀은 진통이나 마취제로써 필요불가결한 약제이다. 관절통, 복통뿐만 아니라 기침, 해소, 이질이나 설사, 불면증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아편은 특이한 냄새와 쓴맛이 매우 심하며, 가장 강력한 마약을 꼽히는 헤로인을 제조하는데 필수적인 모르핀을 12% 정도 함유하고 있다. 모르핀이란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꿈의 여신인 ‘Morpheus’에서 유래되었다.

또한, 유액에는 코데인과 파파베린, 테바인, 노스카파인 등 25종의 알칼로이드(alkaloid)가 함유되어 있다. 코데인은 진해효과가 커서 오래된 기침이나 해소에 잘 듣는다. 꽃은 5~6월에 피며, 열매의 유액을 모아 아편을 만드는데 열매가 미숙한 상태일 때 상처를 내면 유즙을 분비한다.

전통적인 채취 방법은 덜 익은 열매를 긁어서 상처를 내어 유액을 채취하는 것이다. 열매에 상처를 낸 후 유액이 말라서 끈적끈적한 짙은 황색 잔존물이 생기면 긁어서 떼어낸 것이 아편이다.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 열매와 꽃.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 열매와 꽃.

현대적인 아편의 생산 공정은 다 익은 열매를 기계로 가공하여 채취하는 것이다. 양귀비는 평균 50~150㎝로 자라고 줄기 전체에 털이 없다. 줄기에 털이 있는 것은 관상용 양귀비로써 개양귀비 또는 꽃 양귀비라고 부르는데 마약 성분을 함유하지 않는다.

아편은 이같이 오랜 세월 동안 인류와 함께하면서 마취제와 진통제로써, 지사제와 진해제, 그리고 진정제로써 사랑받고 요긴하게 쓰였으나 의존성이 매우 강한 중독성 물질로 밝혀지면서 증오와 기피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을 거친 영국에서는 홍차를 마시는 습관이 사회 전체에 유행하여 중국의 차를 대량으로 수입하면서 대 중국 무역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보스톤 차사건).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인도에서 생산되는 아편을 중국에 대량으로 밀수출함으로써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하였다.

아편의 무분별한 유통으로 중국경제는 혼란에 빠졌고 이를 알아챈 중국 황제가 파견한 특명 전권 대신 ‘린쩌쉬’는 1839년 광저우에서 대량의 아편을 몰수해 폐기 처분하고 영국 상인들을 추방하자 영국이 의회의 승인을 거쳐 광저우 등 중국의 연안부를 공격하면서 아편전쟁이 발발하였다.

1842년 청나라가 영국에 굴복하여 난징조약을 체결하고 홍콩을 넘겨줌으로써 전쟁은 종료되었다. 그러나 그 후유증으로 청나라 왕조가 존립의 위기를 맞게 되었는데 이처럼 영국의 아편 수출로 홍콩을 빼앗기고 망국의 고통을 겪은 이후 중국에서는 마약을 철저하게 유통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누구든 극형에 처하는 중벌로 다스리고 있다.

현재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말기 암 환자나 고통이 극심한 환자에게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모르핀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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