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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재 열치 총무이사
[인터뷰] 김민재 열치 총무이사
  • 김정교 기자
  • 승인 2023.06.21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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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달란트를 나누는 일”
김민재 총무이사
김민재 총무이사

“저 혼자 한 것도 아니고 최근엔 서울역 다시서기 진료 하나만 겨우 하는 데 상을 주시니 겸연쩍습니다. 그래도 봉사하면서 처음 받는 상이라 기분은 좋습니다.”

열린치과봉사회 김민재 총무이사. 2001년 2월 3일 문래동 자유의 집에서 열치 봉사를 시작했으니 어느덧 22년이 넘었다. 그런 그가 지난 9일 구강보건의 날에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고, 소감을 묻자 내놓은 답이다.

김 이사는 전북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열치에서 진료봉사이사 등을 거쳤다. 안양시치과의사회 회장과 남북치의학 교류협의회 봉사담당이사 등 ‘봉사’와 관련된 대외 활동도 활발히 했으며, 현재 하우의료봉사단 치과단장으로 해외 진료 봉사도 열성적으로 하고 있다.

김 이사는 치과대학에 입학하면서 처음 가입한 동아리가 봉사동아리였다고 한다. 치과의사라는 남을 진료하는 삶을 사는 직업을 가지려면 당연히 책임을 실천하는 곳에 첫발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그러다 우연찮은 기회에 열치 준비 모임에 초청받고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는 영광을 가졌고, 기라성 같은 선배들에게서 봉사에 필요한 노하우를 배우는 행운도 누렸다”는 그는 “덕분에 열치에서 한 부분을 맡고 있을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며 겸손했다.

김민재 총무이사와 1문 1답으로 열치에서의 봉사 인생과 앞으로의 계획을 듣는다. [편집자 주]

김민재 총무이사(우)가 박민수 차관에게서 수상하고 있다.
김민재 총무이사(우)가 박민수 차관에게서 수상하고 있다.

- 열치에서 22년이 넘게 봉사했으면 어렵거나 힘든 부분도 있었겠다.

“요즘 어려운 건 봉사 여건이다. 우리나라 사회 복지 보장 제도가 잘 되다 보니까 기본적으로 어디 가서 진료받을 수 있는 여건들이 다 된다. 그래서 진료소를 만들려고 해도 실제 받아들이려는 사람이나 지역이 적어졌다. 공무원도 봉사를 위한 진료소 개설 등에 협조하기보다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봉사의 개념이나 대상도 좀 바뀐 듯하다. 모든 사람이 아니라 중간 사각지대에 숨어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65세 이하 차상위라든지 갑자기 의료보험이 말소된 사람들, 노숙자에 가까운 사람들은 의료 보호나 그런 혜택을 못 받으니, 이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해야 하는 게 요즘 현실이다.”

- 봉사하면서 어떤 환자가 기억에 남는가.

“노숙자도 있고 외국인 근로자도 있고 다 있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환자는 하나원에서 만났던 북한 이탈 주민들이다. 이들을 보면 치아가 거의 안 좋은 상태로 와서 식사를 못 할 정도로 심각하다. 수용소에서 맞아 앞니가 다 망가진 사람도 많았다.

(앞줄 왼쪽부터) 김민재 총무이사, 이도희 원장. (뒷줄 왼쪽부터) 양재영 봉사자, 이유빈·이혜민 학생, 서준식 소장, 김승란 봉사자가 서울역 다시서기에서 진료 봉사를 마친 뒤 파이팅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민재 총무이사, 이도희 원장. (뒷줄 왼쪽부터) 양재영 봉사자, 이유빈·이혜민 학생, 서준식 소장, 김승란 봉사자가 서울역 다시서기에서 진료 봉사를 마친 뒤 파이팅하고 있다.

그중 서른몇 살밖에 안 된 여자 환자가 치아가 거의 없이 왔는데, 그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틀니밖에 없었다. 젊은 사람이니까 임플란트를 해 주고 싶었으나 우선은 틀니로 회복만 해 주고 ‘나중에 나가서 임플란트를 하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 봉사를 위해 치과 의사나 위생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진료 봉사는 도의적 책임이나 의무, 책무로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달란트를 나누는 일이다. 내가 치과의사가 됐고, 내가 치과위생사가 됐고, 그러면 당연히 내가 가진 것을 사회에서 같이 나누는 게 기본이다. 그러니까 능력을 같이 나누는 걸 기본이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다.

지금이 경쟁 사회의 영리 사회라고 하지만 그렇게만 살 수 있는 건 아니잖나. 돈을 가진 사람은 돈을 나누고 능력 있는 사람은 능력을 나누는, 앞으로 그런 사회가 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다들 그렇게 시작했으니까 마음만 가진다면 동참할 수 있다.”

김민재 총무이사(왼쪽 3번째)를 비롯한 수상자들이 박민수 차관(4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재 총무이사(왼쪽 3번째)를 비롯한 수상자들이 박민수 차관(4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더 나은 봉사를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점이 있다면.

“봉사 활동을 이곳저곳에서 하지 않고 지역별로 한 곳에서 계속 관리를 해 주는, 일회성이 아닌 연속적 진료가 필요하다. 틀니 한번 만들어주고 그냥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살면 그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가면 그곳의 아는 치과 동료에게 부탁해서라도 자리 잡을 때까지 살피면서 자활을 잘하는지까지 봐야 한다. 많이 해 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앞으로는 저희가 봤던 환자들을 계속 누군가와 연계해서 관리해줘야 저희가 했던 일이 더 의미가 있다. 그런 네트워크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일단은 우리 진료소가 잘 돼야 그런 네트워크를 만들고 부탁도 할 텐데, 이제 코로나도 끝났으니 하나씩 해결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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