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2:26 (토)
무늬와 공간 ‘예술을 통한 치유와 위로’ 특별기획전
무늬와 공간 ‘예술을 통한 치유와 위로’ 특별기획전
  • 김윤아 기자
  • 승인 2023.07.19 1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일부터 3회로 임창준 사진전 ‘변주, 그리고 하얀 위로’ 진행

교대역 5번 출구 앞 이앤치치과 부설 무늬와공간 갤러리(www.mooniispace.com)는 20일부터 8월 12일까지 ‘예술을 통한 치유와 위로’ 특별기획전 3회로 ‘변주, 그리고 하얀 위로’ 임창준 사진전을 연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이며 공휴일은 휴관하고, 입장료는 무료다.

무늬와 공간은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하계 ‘예술을 통한 치유와 위로’ 기획전 3, 4회 전시를 연다. 3번째 전시는 임창준 작가의 ‘변주, 그리고 하얀 위로’이며, 4번째 전시는 이은주 작가의 ‘하얀 거짓말, 치유의 붕대’ 초대전이다.

임창준 작가의 세 번째 전시는 감정 이입된 사과 이야기이다. 상처 난 사과의 변화를 매일 바라보며 어린 시절에 받은 폭력과 깊은 상처들, 그리고 극복해가는 과정들을 기억해낸다.

작가는 고통스럽고 무거운 기억을 키치아트 기법을 응용해 오히려 화려하고 가볍게 처리함으로써 관객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한다. 혼돈스런 의식 상태, 내면의 두려움, 분노, 고통, 그리고 이러한 상처를 이겨낼 수 있었던 사랑을, 썩어 가는 사과의 색깔을 화려하게 변화시키며 표현했고, 나쁜 앙금이 순화되며 궁극적으로 현실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 이미지 작업과 함께 동영상 기법을 이용함으로써 관객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 기획전 기간에는 25일(화) 오후 6시 45분 이윤정 선생의 ‘비폭력 대화’, 29일(토) 오후 3시 오승은 선생의 ‘시대를 아우르는 미술 이야기 3’, 8월 5일(토) 오후 3시 김소희 선생의 ‘예술 행위의 치유력; 내면의 상처와의 대면’ 강의가 병행된다.

또, 네 번째 전시 기간에는 8월 29일(화) 오후 6시 45분과 9월 2일(토) 오후 3시에 안현배 선생의 ‘예술을 통한 치유’ 강의가 작가와의 대화 행사와 함께 있을 예정이다. 
참가 신청= 선착순. 02-588-2281, bonebank@hitel.net

다음은 임창준 작가의 ‘변주, 그리고 하얀 위로’ 작가 노트 전문.

작고 예쁜 사과를 보다가, 잊혀졌던 아니 떠올리기 싫어 기억하기조차 피하고 있던 초등학교 시절에 겪은 선생님의 주먹질이, 교탁에서 교실 문 앞까지 종일토록 수없이 내동댕이쳐졌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정말 슬프고 무서웠던 기억이었다.

임창준 작가
임창준 작가

사과를 벽에 집어 던졌다. 살펴보니 아무 상처도 보이지 않아 또 다시 집어 던졌다. 다시 보아도 외형상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인다. ‘그때 수없이 내동댕이쳐졌어도 겉으로 찢어진 상처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 온몸이 검푸르고 검붉게 멍들고 부었지. 이 사과도 겉으론 아무렇지도 않지만 속으로는 골병이 들었을 거야.’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사과를 매일 들여다보았다. 이틀 후 껍질에 금이 간 부분이 보였고, 시간이 지나며 검붉은 멍이 드러났다. 그것은 점점 썩어 문드러졌고, 상처를 볼 때마다 잊혔던 어린 시절 사건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절하게 보이던 사과는 이상하게도 위엄을 보였으며 어두운 불빛 속에 보이는 상처 입은 사과는 장엄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상처는 점점 곯아가며 변질되었다. 초파리가 들끓고, 구더기들이 생겨났다. 

썩어가는 사과를 매일 대면하다 보니 처음 우연히 떠올랐던 그 날의 무서웠던 기억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성장기의 많은 트라우마로 이어졌으며, 어느 날은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게 한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떠오르게 하였다. 어느 날은 우리 모두를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진 분의 형상까지 떠올려졌다.

어린 시절의 어떤 기억은 너무나도 생생하며, 두려움과 분노로 가득 차게 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어딘가에 숨어서 그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고통을 직면하며 순화시킬 수 있다면 정상적으로 성장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필요하다.

폭력으로 인해 생긴 혼돈스런 의식 상태, 내면의 두려움, 분노, 고통, 그리고 이러한 상처를 이겨낼 수 있었던 사랑들을, 썩어 가는 사과의 색깔을 화려하게 칼라로 변화시킴으로써 수호천사들의 보호 속에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을 표현하였다. 영롱한 빛들은 암흑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그분의 아름다운 영과도 같다. 늑방에 진물이 찬 썩어 문드러진 육신을, 아마포, 침향, 몰약 대신에, 하얀 염료로 둘러 씌었다. 하얗게 싸인 몸체는​ 점차 형체가 없어지고, 부스러지고 먼지가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사진 이미지 작업과 함께 동영상 기법을 이용해서 폭력에 의해 멍들고 곯아가는 상처들의 기억 조각들을 모아 영원의 바다로 흘려보내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