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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에는 열치가 있다”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에는 열치가 있다”
  • 김정교 기자
  • 승인 2023.08.30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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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익현 이사·김창헌 소장·김순미 봉사자, 매월 4번째 금요일 진료 봉사
“현재 상황에서 최선 다하고, 환경 마련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

#1 치과의사= “물어보세요. 물고 갈아보세요. 좌우로 갈아보세요. 비비세요. 그렇죠, 그렇죠. 좌우로 많이···” 

#2 치과기공사= “틀니를 넣었다 뺐다 하기가 조금 어렵긴 한데, 몇 번 거울 보면서 연습하면 할 수 있어요. 며칠 지나면 오히려 좀 헐겁게 느껴지실 거예요.”

#3 치과위생사= “틀니를 닦을 때 치약은 안 되고 주방 세제, 그걸로 닦으셔야 해요. 그래야 기름기가 깨끗하게 잘 닦여요.”

#4 환자= “이를 만들어 주셔서 밥을 먹을 수 있게 해 주시는데, 하라시는 대로 말을 잘 들어야지요. 고맙습니다.”

조익현 이사 팀이 치과 진료봉사를 하고 있다.
조익현 이사 팀이 치과 진료봉사를 하고 있다.

어느 치과에서나 있을 만한 대화가 들린다. 그런데 치과위생사나 환자의 대사가 예사롭지 않다. 틀니를 씻을 때 틀니 세정제가 아니라 ‘주방 세제를 쓰라’ 하고, 환자는 ‘말을 잘 듣겠다’고 한다. 그렇다. 이곳은 일반 치과가 아니다. 관악구 봉천동 자락의 조그마한 건물에 자리한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 별관 3층 사무실. 열린치과봉사회는 이곳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2시간가량 무료 치과 진료 봉사를 한다.

체어 조차 없어 휴게용이나 사무용 의자에 환자를 앉게 하고, 무영등 대신 휴대용 후레시로 입속을 비춰가며 하는 진료다. 환자나 의료진 모두 불편할 듯도 하나 이들은 그런 건 문제가 아니라는 듯 진료에 열중하며 환자에게 해줘야 할 말들을 조근조근 건넨다.

8월 4번째 금요일인 25일, 열치 조익현 봉사자이사 팀이 첫 환자의 틀니를 가지고 교합을 맞춘 다음 사용 방법과 관리 방법을 알려주고, 다음에 올 날짜까지 정해준 뒤, 두 번째 환자 차트를 꺼낸다. 이렇게 진료를 받는 환자는 대부분 65세 이하의 차상위 계층이다.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제도의 대상이 아니면서 가난으로 인해 틀니도 못 하는 사람들이다. 진료를 마치고 조익현 원장, 김창헌 소장, 김순미 봉사자와 마주 앉았다.

-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 진료 봉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래 열치 이수백 고문과 채규삼 회장, 김창헌 소장, 그리고 봉사자들이 강감찬복지관에서 격주로 진료 봉사를 했다. 그러다가 열치 진료지가 코로나19로 많이 없어지면서, 당시 기세호 회장께서 ‘여기서 진료소를 한번 추진해보자’ 해서 기세호 회장과 제가 추가로 한 주씩 맡아 4명이 돌아가며 진료를 하게 됐다. 이제 1년이 좀 넘었다.”

복지관 사무실 한 켠에서 덴탈체어를 접이의자가, 무영등을 후레쉬가 대신하지만 환자를 위하는 의료진의 마음은 어느 것도 대신하지 못 한다.
복지관 사무실 한 켠에서 덴탈체어를 접이의자가, 무영등을 후레쉬가 대신하지만 환자를 위하는 의료진의 마음은 어느 것도 대신하지 못 한다.

- 해보니까 어떤가. 힘들거나 하지는 않은가.

“힘든 건 없는데 여기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까 환자 진료를 할 때 좀 부족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여기가 체어가 아니어서 환자들 자세도 잘 안 나오고, 체어 대신 포터블을 쓰다 보니까 삭제나 이렇게 일반적인 진료에도 접근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진료진의 몫이니까 상관이 없고, 환자를 최대한 편안하게 해드리면서 하면 된다. 이런 여건으로 인해 이곳에선 보철 제작이나 수리 쪽으로 주로 하게 되고, 일반적인 진료나 보철을 하기 위한 전 단계는 외부 치과에 의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원장께서 관악구에 계시니까 이 환자들도 그냥 본인 치과로 오라고 하면 진료도 수월하지 않은가.

“이 환자들은 어떤 사각지대에 있다. 65세 이상 노인이면 보철을 의료보험으로 할 수 있고, 수급자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양쪽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어정쩡한 상태다. 그래서 여기 사회복지관 등에서 의뢰를 받아서 하는 분들인데, 제가 관악구에 있으니까 이분들한테 다른 진료를 할 때 제 병원으로 오시라고 하면 그건 약간의 도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환자 유인 행위가 될 수도 있고.

그래서 이 인근 치과로 의뢰를 하던가 원래 다니던 치과에서 보철 전 단계까지 진료를 받으시라고 한다. 이분들이 보험 진료를 거기서 받은 뒤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보철 비용을 낼 수 있는 환경이라면 거기서 당연히 모두 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니까 복지관의 의뢰를 받아 우리가 해드리는 거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주변 원장들께 조금 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분들은 보철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문제 될 것 없다. 어차피 일반 치과에서 보철은 못 하는 분들이고, 그렇게 이가 없이 살게 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좀 도와드리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오른쪽부터) 조익현 이사, 김순미 봉사자, 김창헌 소장이 파이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익현 이사, 김순미 봉사자, 김창헌 소장이 파이팅하고 있다.

- 앞으로 봉사를 위한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솔직히 봉사계획을 제가 추진할 그런 위치는 아니다. 열치 회장이나 총무께서 가진 계획이 있으면 제가 충실히 따라서 하든지, 아니면 제가 건의를 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 그렇다면 최소한 이런 거 정도는 좀 해결됐으면 좋겠다, 하는 것은.

“당장은 체어 같은 게 되면 좋겠지만, 그거는 진료소 공간 사정이지 저희가 체어가 없어서 설치를 못 하는 건 아니잖나. 스페이스만 확보된다면 체어는 어떻게든지 설치를 할 수 있는 거고.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체어가 없어서 진료를 못 한다는 건 아니니까, 지금 할 수 있는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환경이 마련되면 그다음에 좀 더 발전시킬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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