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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숙 개인전 ‘Eidos(존재의 본질)··· 무늬와공간 갤러리
신희숙 개인전 ‘Eidos(존재의 본질)··· 무늬와공간 갤러리
  • 김윤아 기자
  • 승인 2024.03.12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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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와공간 갤러리(대표 임창준, 서초대로 302 인앤인오피스빌딩 8층, 교대역 5번 출구 앞)는 신희숙 개인사진전 ‘Eidos<존재의 본질>’를 오는 30일까지 진행한다.

신희숙 작가는 개인전으로 2001년 <심원으로···>- 코닥포토살롱, 2018년 <사유의물-Insight>- 토포하우스, 2023년 <에이도스>- 결 갤러리 등을 했고, 사진집으로 <The Time of Silence, 2020년>, <에이도스, 2023년 >를 출판한 바 있다.

다음은 임창준 대표의 ‘신희숙의 물과 얼음, 그 존재와 순환’ 전문.

20대 때부터 취미로 사진을 시작하였던 신희숙 작가는 2001년 <심원으로···> 코닥포토살롱 개인전에서 텅스텐 필름으로 촬영한 겨울 풍경 사진을 통해 데뷔하였다. 현실의 삶이 고되고 힘들수록 도망가고 싶은 유토피아. 아득히 먼 그곳, 心源을 찾아 거친 산야를 헤매는 구도자의 마음을 황량한 겨울 호숫가를 배경으로 촬영한 심상 사진들이다. 텅스텐 필름을 사용함으로써 겨울의 쓸쓸함과 처량함, 신비로움을 푸른 끼의 색감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들었다. 

평소 마이클 케냐와 민병헌 선생님의 작품을 많이 보며 사진의 꿈을 키워온 작가라서 어딘가 비슷한 상을 추구하고 있으며, 국문학을 전공한 고 한정식 선생님의 고요 시리즈처럼 사진 분위기가 구도적인 것은 같은 국문학을 전공한 인문학자로서의 맥이 통한 게 아닌가 싶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듯 사진은 하면 할수록 하고 싶은 사진이 많아지고, 무엇보다 찍는 행위의 즐거움이 사진을 계속하게 만들고··· 만 레이가 “그릴 수 있는 것은 그리고 그릴 수 없는 것은 사진을 한다”라고 하였듯이, 국문학을 전공한 사진작가 신희숙에게는 시나 사진이나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일 뿐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국문학을 전공한 인문학자이기도 한 신희숙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노자의 “上善若水”이다. 노자의 철학적 시선이 머물렀던 물을 바라보며 그녀의 사유도 시작되었고, 물에 대한 관념을 확장시키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도 확장되었다. 사진을 찍기 전 나는, 물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물의 본질에 더 접근해 작업한 결과는 2018년 토포하우스에서 ‘사유의물 ; Insight’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모든 예술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듯, 신희숙에게도 사진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내면의 응시이다.

“사진의 노에마가 작가 자신이듯, 사진의 시작은 ‘나로부터’ 이며
사진의 시선은 나를 향한 시선이고, 사진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존재의 본질, 존재의 근원, 존재의 의미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존재 시리즈’ 작업으로 연잎의 물방울을 촬영한 <존재(sein)>에 이어, 결국 2020년 강화 고인돌을 촬영한 사진집 <침묵의 시간(The Time of Silence)>을 출간하였다. 침묵의 시간 속에서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서 죽음의 비밀을 간직한 채 말없이 서 있는 고인돌을 바라보며 저 죽음 끝에 나의 죽음도 있음을 사유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고인돌과 사진이 둘 다 지난 시간과 죽음을 표상하는 ‘메멘토 모리’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진이 존재를 증명하면서 시간 속으로 사라진 존재의 부재를 보여주듯, 고인돌도 수 천년 전에 이 땅위에서 살다 간 존재를 증명하는 ‘존재의 그림자’이자 ‘사라진 존재의 초상’이다. 

그리고 12년을 동고동락하며 같이 살았던 냥이의 갑작스런 죽음을 접하게 된다. 냥이의 죽음을 계기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사유에 계속 빠져들며 생명의 기원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EIDOS> 사진 작업을 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겨울 텅 빈 호수에서 작가는 생명을 떠올리게 된다. 

모든 것이 죽어 있는 것 같은 얼음 속에서 다양한 형상을 관찰하고, 그 형상들에게서 우주의 근원과 다양한 생명의 기원들을 추구한 것이 <EIDOS> 작업이다. 작가는 얼음을 통해 존재의 본질은 사라지는 것임을 사유해 본다. 분명 존재했지만 언젠가 사라져야 하는 존재의 숙명처럼 단단한 고체 얼음은 온도가 올라가면 녹아 그 형체가 사라져 버리니, 사라짐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소재라고 생각하였다.

만물은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로 원자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순환한다는 물질 불변의 성질처럼 생명체의 죽음은 소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원자들의 결합으로 다른 사물로 재탄생 된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는 만물의 물질 순환의 성질을 표현하기 위해서 액체 상태의 물이 아닌, 고체 형태의 얼음을 소재로 선택하였다. 얼음은 결국 다시 물로 변환하게 된다. 

결국 그녀의 작업은 다시 노자의 “무위자연”으로 귀착되고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물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살다 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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