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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치과윤리
우리 시대 치과윤리
  • 우상두 예은치과원장, DSI 출판위원
  • 승인 2019.02.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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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두 예은치과원장(DSI 출판위원)
우상두 예은치과원장(DSI 출판위원)

윤리가 필요해?

우리는 경제의 영향력을 절실히 경험하며 살고 있다. 이전에는 ‘사람이라면 마땅히~’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지만, ‘그래봤자 나만 손해다’라는 현실에 직면하면 윤리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래서 의사라고 하면, ‘칼 안 든 00놈’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는 것이다.

우스갯소리처럼 하지만, 그 속에 뼈가 들어있는, ‘자동차 경정비와 치과 가기 무섭다’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받은 치료가 제대로 된 것인지 의심하게 되고, 과잉진료 논란과 함께 과대 과장이 의심스러운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그 결과 치과계 내부는 물론 치과계를 향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점은 소비자원 보고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소비자원에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2천~3천 건의 피해가 접수되었고, 의료기관 책임으로 인정된 것이 약 63%로 나타났다. 그중 의료인의 ‘주의 소홀’이 31.7%, ‘설명 미흡’이 31.2%였다. 의료기관 책임을 묻기 어려운 ‘과실 없음’은 29.8%였다.

그런데 2018년 들어서는 ‘부실한 치과교정 진료’, ‘부작용 발생으로 인한 환급과 손해 배상’, ‘이벤트 내용과 다른 과장 광고’ 등 이른바 먹튀 치과의 폐해를 경고하고 있다. 이것은 의료 과실과 관련된 불만족 수준이 아닌 ‘사기성’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그 반면에 ‘양심’을 내세우는 치과가 등장하여, ‘최소 진료’가 훌륭한 진료라는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치과계의 대처는 어떠했나

윤리적인 문제들이 대두될 때마다 치과 언론을 통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자구책을 내놓곤 했다. 2004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 총회에서는 ‘치과의사 윤리 선언 개정 및 강령 제정을 위한 치과의사윤리제정위원회를 구성했었다.

2012년에는 원광대학교 치과대학에서 국내 치대에서는 처음으로 ‘윤리교육 전담 교실’을 설립하였고, 전임교수를 채용하였다. 그런데 같은 해(2012년)에 ‘치의학 윤리교육 체계화 연구 보고서’가 검토되었지만, 논란 끝에 채택이 유보되고 후속 연구는 전면 보류되기도 했다.

2015년 기업형 사무장 치과 문제가 대두되자 공직 지부에서는 치과의사윤리교육에 앞장서기로 결의하고, 그해 치과의사윤리에 대한 교재를 개발하는 사업을 할 것을 결의하였지만, 그 후속 조치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윤리적 문제가 터지면 대책을 세우자고 하였지만, 구체적인 열매는 거의 없는 채로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윤리는 필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관심 없다?

윤리는 공동선을 위한 기본 질서이며, 질서는 모두가 이득을 본다. 질서를 어기는 사람은 자기에게는 이득이 크지만, 그 집단에게는 해가 되기 때문에 질서를 어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도둑질은 도둑에게는 이득이지만 그 사회 전체를 봐서는 아무런 이득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도둑질은 그 행위가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범죄에 대한 추적과 처벌이 쉽게 진행된다.

그러나 윤리적인 문제는 단순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양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추적과 처벌이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예컨대 근관치료를 하여 살려서 쓰는 것과 발치하고 보철을 하는 것에 대해, 근관치료의 결과가 완벽할 수 없고 이후 파절되기도 하기 때문에 발치와 근관치료를 놓고 어느 것이 ‘윤리적인지’ 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치과계에서 당면한 윤리 문제는 일반 윤리와는 차원이 다른 ‘전문인 윤리’이다.

치의학 전문 대학원 제도가 도입될 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전문성을 내세우면서 치료비가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전문성을 내세우는 고가의 진료가 좋은 진료’라는 주장에 맞서, ‘임플란트 비쌀 이유가 없다’, ‘싼 것이 좋다’ 라는 주장이 있어서 대중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인터넷에 떠 있는 수많은 체험담과 댓글들이 이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육기관인 대학에서 기초부터 쌓아야 하는데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하면서, 정작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윤리 교육인 현실이다.

윤리 문제가 터지면 대책을 세우지만, 윤리교육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이야기에 그치고 윤리교육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노력은 없었던 것이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윤리교육의 기초가 되는 치과 윤리 교과서조차 없다는 것이다.

윤리교육을 한다고 바로 윤리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 틀과 원칙을 세워나가는 노력조차 없다면 치과계 전체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각 대학에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문가로서의 치과 윤리의 기본 틀을 잡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교과서부터 필요한 것이다.

우선 번역 출판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미국 치과의사 면허 시험을 지원하였을 때, 의료윤리학이 출제되어 있는 것에 충격을 받고 직업윤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게 된 이철규 원장은 미국의 치과 윤리교육에 대해 조사를 하였고, 몇 가지 교과서로 사용되는 책이 있다는 것과 그중에 가장 많이 사용되면서 실제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책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열망을 갖게 되었다.

작은 모임이지만, 5년 이상 동네 치과에서 직면하는 여러 문제들을 다루는 ‘좋은 치과 만들기’에서 윤리학 교과서 번역에 대해 제안하였고, 좀 더 규모가 있게 진행을 하기로 하였다.

좋은치과 모임에서 사단법인 덴탈 서비스 인터내셔날에 치과 윤리 교과서 번역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요청하였고, 정식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국제치의학회와 공동발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전문 번역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여 초벌 번역이 끝나고, 치의학 용어와 전문 용어를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면 3월 말에 한국어 출판이 예상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법망을 피하면서 일으키는 윤리적 문제들을 보면서, 치과 윤리 서적 출판을 계기로 치과계가 먼저 전문인 윤리의 토대를 세우는 모범을 보이고, 실추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만들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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