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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은 봉사”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은 봉사”
  • 덴탈이슈
  • 승인 2018.10.0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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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차 필리핀 해외진료봉사를 마치고
박미영 열린치과봉사회원
박미영 열린치과봉사회원

2015년 9월 어느 날 정혜경 선생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선생님 저랑 봉사 가실래요?”
“봉사요? 무슨 봉사?”
“열치요~ 열린치과봉사회.”

얼핏 들어본 단체 이름이었고, 그 당시 큰딸이 중1이어서 여러 봉사할 곳을 찾아주던 중이고, 아이만이 아니라 부모도 함께 봉사를 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던 터라,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작한 봉사!
첫 하나원 봉사는 짧은 시간에 많은 setting과 prep 어시스트를 하니, 몇 시간만 일했을 뿐인데도 집에 돌아와 오후 내내 몇 시간을 잤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

봉사를 시작한 그해 겨울 인도네시아로 첫 해외 진료를 다녀오고 몇 차례 더 다녀오면서 “임상을 떠나더라도 나는 계속 치과위생사로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을 잘 가졌구나” 하는 자부심까지 생겼다.

2018년 9월 23일 오전 6시 인천공항 제2터미널엔 제2의 해외 봉사지역 필리핀으로 향할 유머가 살아있는 봉사의 신 신덕재 고문님, 삼촌 같은 리더 정돈영 회장님, 자유영혼 큰오빠 송덕환 원장님, 발치의 신 메이야스 짱남진 원장님, 유쾌한 남자친구 장준혁 원장님, 맛짱! 라면의 신 이용기 소장님, 망고를 사랑하는 arrange 달인 김도연 언니, 거침없는 웃음 발전소 한정희 친구, 친절한 미소천사 지은 씨, 맞장구를 잘 치는 박미영이 모였다.

추석 연휴 첫날 이른 새벽이었지만, 늘 그래왔듯이 우리는 얼굴엔 웃음을 가득 머금고 서로 반가이 인사했다. 봉사자들은 새로운 지역에 대한 설렘 반, 많은 사람에게 진료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으로 마닐라행에 올랐다.

마닐라공항에서 2시간 정도 걸려서 핀디지역에 도착했다. 그곳은 빈민들이 7800가구를 이루며 사는 곳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3대 빈민 지역의 하나라고 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많은 식구가 장판도 없이 지내는 가구가 대다수라는 설명에 놀랐고,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떤 누구라도 찌든 표정보다 해맑은 미소로 반가이 우리를 맞이한 원주민들의 모습에 두 번째로 놀랐고, 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계몽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이성광 선교사님 부부의 열정에 또 한 번 놀랐다.
나는 내 앞가림하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는데, 이분들은 나보다 남을 위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모습들이 경이로울 뿐이었다.

핀디지역 진료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인도네시아에도 없었던 3대의 유니트체어였다. 진료실 안은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었다. 진료소는 이 지역의 희망 같은 장소였다. 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큰 비용부담으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분명 희망의 장소였을 것이다.

짧은 일정이지만 우리가 노련한 팀웍으로 움직인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희망을 품을 기회를 갖게 하리라는 마음으로, 검진팀(신덕재 원장님), 멀티팀(정돈영 원장님-송덕환 원장님-이용기 소장님), 레진팀(장준혁 원장님-한정희 샘), 발치팀(장남진 원장님-박미영), 스켈링팀(김도연 샘-정지은 샘)으로 나눠 우리는 진료 내내 각자의 임무를 완수하는 환상의 팀웍을 자랑했다.

도착하자마자 시작한 일은 간이 체어를 더 설치해서 더 많은 진료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거였다. 원장님들 모두가 기계를 잘 다루는 분들이 아니어서 옥신각신했지만, 2시간 이상의 고군분투 덕분에 드디어 모든 장비가 다 잘 돌아가게 되었다.

역시~ 오랜 짬밥의 힘!!! 짱이에요^^

진료 첫날. 젊은 남성은 발치 진단을 받고 진료 의자에 앉았다. 우리 팀은 진료를 보는 내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발치를 정말 많이 했다. 특히,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제1대구치를 뽑아야 하는 상황을 볼 때는 가슴이 먹먹했다. 아이는 아픈지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그래도 꾹~ 참는다. 지금 이 순간이 기회이니까…

진료를 마치고 체어에서 일어나면 “땡큐~”하고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온다. 그런데 이렇게 고맙다며 환하게 웃는 이들을 보면 아픈 티를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얼른 다른 사람을 준비해서 진료를 시작한다.

스켈링 팀에서도 많은 환자를 보았는데, 특히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TBI 교육을 하였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는 않았겠지만, 치아를 미리 잘 관리하자는 선생님의 마음은 전해졌으리라 믿는다.

원장님들께서는 최대한 발치를 미뤄주고 싶은 마음에 빠른 손길로 레진치료를 하셨다. 까만 앞니가 깨끗한 하얀 치아로 바뀔 때의 기분이란… 한 명이라도 더 해주려고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아끼신 원장님들.(엄지척!!!)

진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빠르게 진단을 맡아주신 신덕재 고문님과 적재적소에 배치를 해준 김도연 선생님의 환상적인 Arrange! 그 덕분에 남은 팀원들은 막힘없이 진료를 했다.

봉사를 하러 간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말한다. 내 시간을 내어 몸의 고됨을 자초하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봉사를 해 본 사람들은 안다. 내가 봉사를 통해 주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매번의 봉사를 통해서 나는 부자가 된다.
마음의 부자! 영혼의 부자!

또한, 봉사자의 마음이 즐거워야 그 행위! 모두가 선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해외진료에서 모두의 피로를 한 번에 날려준 거침없는 웃음발전소 한정희 선생님과 함께 해서 좋았다. 바보죽음의 작가 신덕재 고문님의 책 선물과 진솔한 글귀에서 봉사자 모두가 내일을 생각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모두가 마음과 영혼의 부자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제25차 필리핀 해외진료봉사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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