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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치 헌재 시위 ‘100회' 유감
[칼럼] 서치 헌재 시위 ‘100회' 유감
  • 김정교 기자
  • 승인 2022.12.25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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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안정되게 하는 일, 그것이 지도자의 일”

“2021년 3월 30일부터 시작한 서울시치과의사회 임원 및 회원의 헌법재판소 앞 1인 시위가 오늘로 100회를 맞이했습니다.”

서치는 22일 오전 11시께 출입기자 단톡방에 올린 ‘[알림]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 알려드립니다’ 제하의 게시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게시글은 계속해서 “오늘 100회 일인 시위는 이동준 회원(동대문구, 서울지부 자재위원)과 김민겸 회장 등이 진행”했다며 “현장에는 김재호 감사, 차가현 부회장, 노형길 총무이사, 이재용-조은영 공보이사, 송종운 법제이사, 서두교-김희진 치무이사, 이상구 대외협력이사가 1인 시위에 동참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비급여 관리대책 즉각 중단을 촉구”했음을 설명하면서, 관련 사진을 같이 올렸다<사진>.

본지는 우선 서치가 2년이 다 되도록 임원과 회원이 한마음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비급여 정책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헌재 앞 1인 시위를 펼쳐온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 서치는 특히 비급여헌법소원소송단을 구성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서치의 이러한 강력한 활동으로 헌재는 지난 5월 19일 공개변론을 진행하는 등 이 사안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치의 공이 적지 않은 이유다.

서치는 이런 큰 공에도 불구하고 계산은 서투르다 못해 답을 잘못 말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어 안타깝다.

통상 100이라는 숫자는 완전함을 나타내는 등 가지는 의미가 특별하다. 100일, 100회, 100년 등을 중요하게 여겨 큰 잔치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서치의 헌재 앞 1인 시위 100회에 김민겸 회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자들이 대거 나와 함께 힘을 북돋우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서치가 말하는 이 100회 시위가 사실은 100회가 아니라는 데 있다.

서치는 시위를 시작한 날부터 최근까지 통상 1인 시위를 목요일 하루에 진행해 왔다. 목요일 하루만 시위하게 된 경위는 설명이 짧지 않게 필요하다. 어찌 됐든 서치는 지금까지 목요일마다 빠짐없이 1인 시위를 했다. 대개는 하루에 한 사람이 했으나 때로는 오전과 오후에 두 사람이 하기도 하고, 지난 22일과 같이 오전에 두 사람이 이어서 하기도 했다.

서치는 1인 시위 사진을 기자단에 배포하면서 매번 회수를 밝혀왔고, 그 회수는 하루 시위 참여 인원이 몇이든 각각의 시위에 회차를 부여해왔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16일 목요일 시위에는 46회차에 김석중 영등포구 회장이, 47회차에 박경태 영등포구 치무이사가 했다고 알린 것이다. 또 지난 7월 14일 시위한 김경일 송파구 회장이 77회차라고 알린 데 대해 본지가 76회차라고 바로잡기도 했다. 이것이 팩트다.

그러던 회차 셈법이 12월 8일부터는 박정철 서치 학술위원(오전)과 변웅래 강원 회장(오후)의 시위를 모두 98회차로 발표하고, 15일 양경선 국제이사에 이어 이동준 회원과 김민겸 회장이 100회 시위를 했다고 알렸다. 8일 시위를 1회로 본 데 대해 묻자 서치 관계자는 "하루에 한 것은 모두 하나의 회차로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다. 서치의 새 셈법을 그냥 받아들이면 과거의 셈법이 틀리게 된다. 말하자면 과거 오전 오후에 한 1인 시위를 한 번으로 계산하면 전체 시위 횟수가 줄어 22일의 시위는 100번째가 되지 못한다. 또 오전 오후를 각각 1회로 셈하면 22일 시위는 100번째를 넘게 된다. 결국 이렇게 저렇게 계산해도 22일의 1인 시위는 100번째가 아니다. 그러함에도 22일 시위가 100번째가 되고 거기에 김민겸 회장의 이름이 오른 것은 무슨 이유일까.

본지가 이 셈법 문제를 따지는 것은 서치의 공이 적다거나 없다거나 하는 얘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서치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정부도 비급여 공개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정부가 지난 16일 고시를 통해 ‘강행’ 의지를 밝히긴 했으나 헌재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작은 일이라도 ‘원칙’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애초 회차 매기기를 하지 말든가, 매기기 시작했다면 끝까지 그 셈법으로 하든가 해야 한다. 물론 불가피하게 셈법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런 때에는 왜 바꾸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나 설명도 없이 원칙이 바뀐다면 대중은 혼란할 수밖에 없다. 대중을 안정되게 하는 일, 그것이 지도자의 몫이다. 치과계 지도자라고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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