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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의대생 분연히 일어날 것”
“의사와 의대생 분연히 일어날 것”
  • 김윤아 기자
  • 승인 2023.11.27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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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대표자 회의서 의대 정원 확대 일방 추진 반대 결의

대한의사협회가 26일 의협 대강당에서 200여 명의 대표자가 모인 가운데 '의대 정원 확대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 의사 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를 열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 분연히 일어나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사진>.

이필수 의협회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정부는 지난 21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정부의 편파적 수요조사와 독단적 결과발표에 의료계는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역설했다.

이어 "의협은 지난 1년간 의료현안협의체에 책임감 있게 참여하면서 필수 및 지역의료 회생을 위한 각종 대안을 내놨으나, 정부는 오로지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잘못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이런 태도는 현안협의체 논의사항과 9.4 의정합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제 의료계가 단일대오로 적극적 행동을 시작할 때"라며 "다음 주 초 집행부 산하에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제가 직접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아 의대 정원 증원 저지투쟁의 최선봉에 서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추진에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필수 회장이 삭발하며 투쟁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필수 회장이 삭발하며 투쟁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 회장은 특히 "의협회장을 떠나 한 사람의 선배의사로서 후배의사인 전공의, 의과대학생들이 올바른 의료환경에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온몸을 던질 것"이라는 각오를 밝힌 뒤 곧바로 삭발하며 투쟁 의지를 다졌다.

이날 대표자 회의장에는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 당정과 '9.4 의정합의'를 체결했던 최대집 전 회장이 참석해 "9.4 의정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정부를 규탄하며, 범의료계·범사회적 강력투쟁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2020년 당시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및 공공의대 신설 추진에 맞서 파업 등 집단행동에 나선 바 있다. 여기에 전공의들도 무기한 파업을 선언하며 거리로 나섰고, 의대생들은 국시 거부로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 여당은 의협과 2020년 9월 4일 이들 사안의 '원점 재논의'를 약속하는 합의문을 작성했던 것.

9.4합의 당사자 최대집 전 회장(좌)이 이필수 회장과 투쟁의지를 다지고 있다.
9.4합의 당사자 최대집 전 회장(좌)이 이필수 회장과 투쟁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날 대표자들은 비공개회의를 통해 의대 정원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온 힘을 다해 항전할 것"을 결의했다.

다음은 이날 채택된 '전국 의사 대표자 결의문' 전문.

합리적 근거 없이 진행되는 졸속 의대 정원 정책에 대한 
‘전국 의사 대표자 결의문’

오늘 우리 의사 대표자들은 정부의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정책 추진에 항거하기 위해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정부는 의사들이 소아 진료현장을 떠나고, 응급·중환자 진료를 두려워하는 원인을 의사 부족으로 몰아가며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정부에 묻는다. 
-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소아 진료를 포기하는 것이 의사가 부족해서인가? 
- 의사들이 응급실을 기피하고, 중증 환자를 떠나는 것이 정말 의사가 부족해서인가? 
- 지난 20여 년간 정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두려워 의사 수 부족으로 몰아가려는 것인가? 

의료와 교육이라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결정을 함에 있어 정치에 굴복하여 나라의 미래를 볼모로 삼지 말라. 

정부는 답하라.
- 의학교육의 당사자인 의대·의전원 학생들의 목소리는 정부 정책 어디에 담겨있는가? 
- 정부에서 의대정원 정책 협상 당사자라 인정한 대한의사협회의 의견과 협의는 필요 없는 것인가?
- 정부는 진정으로 의사 수만 늘리면 필수·지역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합리적이지 못한 수요조사와 짜 맞추기식 현장점검을 즉각 중단하고, 지금도 열악하고 버거운 우리나라 의학교육 현장의 민낯을 들여다보라. 

정부에 촉구한다. 
- 필수의료 종사자들이 안심하고 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마련하라. 
-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우고 의료생태계를 지켜, 소멸하는 지역의료를 되살려라. 
- 의대증원을 말하기 이전에, 배출되는 의사들이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과 로드맵을 먼저 공개하라.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며, 아무것도 모르고 배출되는 신규 의사들을 사지로 내몰려 하는가?

정부는 지금 9·4 의정합의를 가차 없이 파기하며, 의료계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으려 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전국의 의사 대표자들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오직 힘의 논리로 의대정원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태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온 힘을 다해 항전할 것을 결의한다. 

의료계의 절규와 외침에도 정부가 끝내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면 전국 14만 의사와 2만 의대·의전원 학생들은 분연히 일어나 우리의 뜻을 전할 것임을 엄숙히 선포한다. 

2023. 11. 26. 
전국 14만 의사를 대표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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