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3:02 (토)
신덕재 고문 별세 “봉사, 낯을 내기 위함 아니다”
신덕재 고문 별세 “봉사, 낯을 내기 위함 아니다”
  • 김정교 기자
  • 승인 2023.12.17 0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9년 열치 창립하며 초대 회장·본지 초대 편집위원 맡아 열정
신덕재 고문
신덕재 고문

치과계 봉사의 큰 어른 열린치과봉사회 신덕재 고문(본지 초대 편집위원)이 1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장례식장 2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2월 18일 오후 3시 40분, 장지는 용인공원. 유족으로 미망인 김도연 님과 자 신중광, 자부 박윤영, 녀 신소현, 사위 이수호 씨가 있다.

신덕재 고문은 온 나라가 IMF 관리체제 속에서 힘겨워하던 시기에 치과계 인사들의 뜻을 모아 열린치과의사회 창립을 주도했고, 1999년 11월 30일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을 맡으면서 열치의 봉사와 사업을 열정적으로 이끌었다.

또, 대한치과의사문인회장, 서울시치과의사회 감사, 덴탈이슈 초대 편집위원, 하나행복나눔봉사회 고문 등을 역임하며 치과의사로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문인으로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여왔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전 회장이자 덴탈이슈 편집위원장인 이수구 박사는 “치과계의 큰 의인이자 문인으로서도 큰 역할을 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병마의 고통으로 신음하시던 이승을 떠나 주님의 곁에서 영원한 평화를 누리시길 기원합니다”라 애도했으며, 많은 치과계 인사들이 신 고문의 별세에 애통했다.

신덕재 고문이 PEN 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다.
신덕재 고문이 PEN 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다.

1995년 포스트모던 신인상으로 등단해 치과의사 문인으로서 수필집 '세월을 거슬러 간 여행(2017. 12. 신아출판사)'과 소설집 ‘바보 죽음(2018. 10. 시문학사)’ 등을 낸 신덕재 고문은 문단의 주목을 받으면서 서포문학상과 한맥문학상 본상을 받았고, 국무총리 표창과 대통령 표창 등을 수상했다.

신덕재 고문이 필리핀 판디에서 진료봉사를 펼치고 있다.
신덕재 고문이 필리핀 판디에서 진료봉사를 펼치고 있다.

2018년 7월 제52회 청룡봉사상 인(仁)상을 치과의사로서 두 번째로 받으면서는 “열린치과봉사회를 조직해 탈북민, 노숙인, 무의탁 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오랜 기간 봉사해 왔음”을 인정받았다.

신덕재 고문이 2018년 12월 제26회 순수문학상 시상식에서 수필집 ‘세월을 거슬러 간 여행’으로 수필 부문 대상을 받은 뒤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신덕재 고문이 2018년 12월 제26회 순수문학상 시상식에서 수필집 ‘세월을 거슬러 간 여행’으로 수필 부문 대상을 받은 뒤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당시 덴탈이슈와 수상 인터뷰에서 신 고문은 “1974년 치과대학 4학년 당시에 ‘푸른얼’이라는 봉사연합써클을 만들었어요. 농활과 무의촌 의료봉사가 많을 때이므로 의대와 치대는 물론 약대와 간호학과, 위생학과 등 의료봉사를 위한 모든 학생이 참여했고, 다른 봉사팀도 많았지만, 우리 인기가 제일 좋았지요. 진료 봉사를 나가면 지금의 가난한 나라 사람들처럼 반기고 고맙게 생각했어요”라면서 봉사를 외면하는 최근 세태를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2018년 12월 신작 소설집 ‘바보 죽음’으로 2018 PEN 문학상을 받으면서는 “펜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판소리 심청가 중에 심 봉사 눈뜨는 대목이 생각났다”며 “펜문학상은 저에게 힘들고 고된 문학 생활 속에서 심 봉사처럼 눈을 번쩍 뜨게 한 중요한 이정표”라 말하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푸른얼’ 이후 열린치과봉사회를 창립하고 평생을 봉사의 길에서 매진한 신덕재 고문은 2018년 6월 ‘치과계 봉사,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덴탈이슈 창간기획 좌담회 발제에서 “봉사는 낯을 내거나 이득을 얻기 위함이 아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신 고문이 들려주는 발제 요지.

신덕재 고문이 덴탈이슈 편집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덕재 고문이 덴탈이슈 편집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첫째, 봉사는 봉사 자체의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낯을 내거나 이득을 얻기 위함이 아닌, 마음가짐부터 본인의 철학을 가지고 봉사에 임해야 합니다.

둘째,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져야 합니다. 치과 진료는 그 특성으로 인해 단발성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연속성을 가지고 치료 결과를 얻을 때까지 꾸준히 봉사해야 합니다.

셋째, 치과의 봉사는 다른 일반 봉사와는 달리 보존과 신경치료, 발치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보철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해외 진료 봉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제 한국도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진료 봉사를 더 확대함으로써 과거 우리가 다른 나라로부터 받았던 지원을 갚을 때가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치협에 봉사 담당 이사가 필요합니다. 치과계에도 알려지지 않은 숨은 봉사자가 대단히 많습니다. 이들을 종합적으로 컨트롤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협회가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 전담 이사나 특위 등을 만들어 치과계 봉사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