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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환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 강병현 원장(대구 정보통신이사)
  • 승인 2018.11.06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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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현 원장
강병현 원장

몇 년 전 개그콘서트에서 치과 진료를 희화화한 콩트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A(치과의사역): 환자분~이제 치료 시작합니다. 혹시 아프시면 왼손 드세요~
B(환자역):  네~
윙~위이잉~(핸드피스 돌아가는 소리)
B: (왼손을 들며)아악!
A: 갑자기 소리 내시면 안 돼요~ 아프시면 왼손만 살짝 드세요~
환자 역을 맡은 배우가 아픈 소리를 최대한 참으며 왼손만 살며시 치켜들자
A: 네~ 다 되어갑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네 네~
B: 으으윽~(너무 아파서 몸을 뒤척임)
A: (약간 짜증섞인 목소리로) 갑자기 움직이시면 위험해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다 끝나갑니다!

이 장면을 보고 아무리 개그지만 약간은 과장된 상황 설정과 연기에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유쾌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고, 일반인들은 웃으면서도 치과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환자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치과진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도 치과진료에서 중요한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몇 달 전 친한 동기가 있는 치과에서 치과치료를 한동안 받은 적이 있다(파노라마 사진참고. #47 발치 후 임플란트, #46 endo.tx). 사실 치료를 받았어도 한참 전에 받았어야 했지만 귀찮은 마음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큰 결심을 하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환자들한테는 “치과치료는 늦으면 늦을수록 돈, 시간, 고통이 몇 배는 더 듭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정작 본인은 어떻게든 치료를 받지 않고 버텨보려는 내 모습에 살짝 뜨끔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환자 입장에서 유니트 체어에 누워보니 그 긴장감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소공포를 덮고 치료를 받고 있는 도중에 핸드피스가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기구로 어떠한 순서로 치료가 진행되고 있을지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잔뜩 긴장이 되었다. 처치과정을 다 알고 있는 내가 이정도니 일반 환자들은 얼마나 긴장하고 떨렸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그리고 여느 치과에서나 마찬가지로 내 가슴팍 위에 MEP 등이 올려 진 채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기구가 올려 져 있는 동안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지만 기구를 들었다가 다시 가슴위에 내려놓는 순간 뭔가 알 수 없는 불편함 혹은 불쾌한 감정이 살짝 들었다. 마치 식당종업원이 밥상에 반찬 그릇을 무성의하게 툭툭 내던지는 느낌이랄까?

그 경험 이후 나는 앞으로 치료할 때 환자 가슴 위에 웬만하면 기구를 올려놓지 말고 혹시 올려놓더라도 최대한 살포시 기구를 들었다 놓아야겠다고 다짐을 하였지만 습관이라는 것이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 것 같다.

하악 7번 자리에 임플란트 수술도 받았는데 필자는 평소 임플란트 수술환자에게 ‘마취할 때만 약간 따끔하고 수술할 때는 크게 아프신 건 없을 겁니다’라는 말을 루틴하게 하고 치료를 시작한다.

근데 이게 웬걸? 트위스트 드릴이 내 뼈를 침공하자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한 고통을 맛보았다. 마취가 부족한가 싶어서 마취를 더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은 여전하였고 어쩔 수 없이 고통을 참으면서 수술을 마쳤다(절대 수술을 한 제 동기가 실력이 없거나 마취를 잘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예전 진료과정에서의 여러 상황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임플란트 수술 시 마취를 충분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환자들이 아프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여기는 크게 아프신 부위가 아닌데요~ 이 정도는 그냥 뼈 뚫는 느낌이니 참아주셔야 됩니다”라고 말하며 속으로는 환자의 엄살 혹은 유별남을 탓하며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근데 막상 내가 그 고통을 겪어보니 그간의 환자들에게 미안함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나선 치료 중 아파할 상황이 아닌데도 환자가 아파하는 경우 엄살이 아니고 진짜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하며 진료를 하게 되었다.

이번에 치과치료를 받으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으며 이러한 환자로서의 경험이 앞으로 진료를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항상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진료에 임하자’는 초심을 다시 한 번 제대로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며 다시는 환자로 유니트 체어에 눕고 싶지 않은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과 스스로에 대한 당부도 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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