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아는 성경 속에 농부의 씨앗 이야기가 나온다. 길가에 떨어진 씨앗, 자갈밭에 떨어진 씨앗,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 그리고 옥토에 떨어진 씨앗에 대한 비유가 나온다. 그리고 옥토(沃土)에 떨어진 씨앗은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성경 속 이야기는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씨앗이 창업하는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지식, 경험이라고 한다면, 길가, 자갈밭, 가시덤불 그리고 옥토는 생산·공급지의 환경이다. 좋은 기술이라도 어떠한 생산·공급지가 주어지느냐에 따라서 그 결실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성경의 교훈이다.
영리기업이든 의료기관과 같은 비영리 기업이든 창업 준비 단계에서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프로세스는 환경분석이다. 물론, 창업 후 지속 경영을 위해서도 그것은 중요하게 수행되어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창업 준비 단계에서는 창업의 적절성 및 적합성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고, 경영 중에는 올바른 경영전략 수립을 위해서 혹은 수립된 전략을 환경변화에 대응한 전략수정을 위해서 필요한 과정인 것이다. 최근 수년간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하여 정부 지원사업의 기업선정, 정부 지원 기업컨설팅 혹은 맨토링 등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여전히 많은 경영자가 창업 준비 단계에서 환경분석·평가에 매우 소홀했다고 느낀 적이 많다. 이번 장(章)에서 산업환경 분석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과 관련한 환경분석은 산업환경 분석과 내부환경 분석으로 나누며 산업환경 분석은 다시 미시환경 분석과 거시환경 분석으로 나뉜다.
조직(organization)을 계획하고, 설립하고, 경영하는 데 가장 첫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 환경분석(environment analysis)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소상공인이 혹은 여타의 조직을 창업하는 경영자들이 환경분석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능력이나 보유 자격증, 기술만을 크게 평가하고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골목상권 내 위치한 의료기관도 그 예(例)는 적지 않다. 도심지 골목상권 내 의료기관을 가보면, 종종 여기에 이런 종류(진료 분야)의 의원을 왜 개원하게 되었을까 하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재 고객이 거의 없는 장소에서 개원하는 경우에는 2가지 가능성에 기초한다. 하나는 현재 고객은 없지만 미래에 고객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현재 고객에게는 내 상품(서비스)이 적합하지 않지만, 미래에 곧 고객에게 맞는 상품(서비스)을 새롭게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초한다. 이 2가지 경우에는 상당한 금전 투자(money)와 시간 투자(time)를 필요로 한다. 만약, 이 2가지 기준에 비추어, 모두 해당하지 않으면 그 조직(의료기관)은 그 장소에서 잘못 들어선 것이고 환경분석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메디칼업저버(http://www.monews.co.kr, 2020.3.12.자)에 의하면 “2019년 한 해 동안 의원은 총 2045개소가 문을 열었고 1106곳이 문을 내렸다. 한의원은 작년 942곳이 개업하고 722개소가 폐업했으며, 치과의원 또한 이와 비슷한 911곳이 개업 절차를, 534개소가 폐업 수순을 밟았다.” 이 정도라면 의료서비스 기관도 다른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화이트가운 베틀(white gown battle)’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과거와 같이 정부 정책으로 의료기관의 ‘계속 경영(going concern)’이 보장되었던 시대는 지났다고 판단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산업환경은 미시환경과 거시환경으로 나뉜다. 미시환경은 창업하고자 하는 사업이나 조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조직들을 의미한다. 회사, 공급업체, 중간상, 경쟁자, 공중, 고객들이 대표적인 미시환경을 구성하는 조직들이다. 거시환경은 조직(사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인구통계, 경제 상황, 자연환경, 기술환경, 정치사회 환경, 문화적 환경 등을 의미한다. 미시환경과 거시환경은 모두 창업을 하기 위해서 1단계에서 검토되어야 할 요인이다. 물론 이것은 영리기업 창업에 적응되는 이론이지만 상당부분은 의료기관 개원에도 적응될 수 있다.
미시환경을 분석하는 방법으로는 2가지 유형이 많이 사용된다. 먼저, 마케팅에 대부로 불리는 코틀러(P. Kotler) 교수가 제시한 이론이다. 그는 미시환경은 회사, 공급업체, 중간상, 경쟁자, 공중 및 고객들로 구성되고 이 조직들에 대한 환경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은 기관 내 부서 간 협조(회사)가 상호협력적 관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관리부서와 간호부서 간에 알력이나 불협화음이 심하면 고객서비스의 품질에 저하를 가져온다. 또한 의료기관에 각종 소모품에서부터 필수 의료제품을 제공하는 공급업체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중요 의료제품의 공급 납기 지연이나 불량제품 공급은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서로 이웃하고 있는 타 의료기관(경쟁자)도 자신의 의료기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경쟁 의료기관의 거리, 시설 차이, 종업원의 서비스 차이, 광고 차이 등 모두가 직접적으로 자신의 의료기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의료기관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이해단체(공중)도 크게 경영에 영향을 주며, 내원객이나 주민(고객)은 가장 경영에 중요한 분석대상 환경이다. 소아과가 주 진료과목인데 근접 거주 주민의 연령분포가 노령인이라면 경영개선에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미시환경 분석에 최근에는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가 개발한 ‘5요인 모형(5-Force Model)’이 다양한 업종에 응용 적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조직경영에 있어서는 경영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5개 주체와의 영향 관계를 분석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 5개의 분석 대상주체는 공급자, 구매자, 경쟁자, 잠재진입자 그리고 대체제이다. 의료서비스 기관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공급자라고 하면 각종 의료장비를 공급하는 의료장비 생산회사 및 유통회사가 될 것이다. 구매자라고 하면 의료서비스를 구매·소비하는 환자나 내원객이 되며, 경쟁자라고 하면 특정 지역 내에서 같이 사업을 하는 동종 혹은 유사 업종의 타 의료기관이 된다. 잠재진입자는 가깝게는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새롭게 개원을 하려는 대상자나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모든 의과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까지 잠재진입자가 될 것이다. 대체품이라고 한다면, 의술이나 의료부대서비스(예를 들면, 간호업무, 행정업무 등)를 대체하는 각종 발전된 첨단장비가 대체품이 된다. 조직은 이러한 5개 주체들과의 협상력을 분석하고 협상력이 어떠한 요인과 관계에서 강(强)하고 약(弱)한지를 파악하여 경영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이용하여 조직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자신의 기업이 공급자를 상대함에 있어서 협상을 주도하는 힘(Power), 즉, 주도권(initiative)이 어느 쪽이 있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공급자가 주도권을 갖게 되면 자신의 기업은 그 주도권을 갖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잠재진입자가 시장 내 진입하기 위한 장벽의 크기도 기업에는 중요하다. 의료기관을 개원하는 데 투자되는 비용이 크면 클수록 그것이 장벽이 되어 신규진입자가 진입이 어렵게 되어 시장 내에서 경쟁기업의 수가 적어지고 경쟁 강도도 약해지며, 경쟁 강도가 약해지면 광고비 등 광고. 홍보비용도 적게 들기에 그만큼 수익이 커질 수 있다.
최근 들어 창업이나 혹은 기존 기업들이 경영환경이 어렵게 되는 경우 미시환경 방법으로 마이클 포터 교수의 5 요인 모형이 사용되고 있다. 물론, 이 분석 방법에도 보완점이 없지는 않지만 환경분석 및 경영전략 수립에 크게 도움이 된다. 본 이론들은 대체로 영리기업에 적응하도록 제시된 방법들이기는 하지만, 의료기관의 환경분석을 위해서도 잘 응용하면 경영환경 진단에 크게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