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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은 이익단체,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를”
“치협은 이익단체,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를”
  • 김정교 기자
  • 승인 2022.02.14 0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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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부정(不垢不淨)’ 되새기며 오직 회원 위해 매진해야
치과의사회관 전경
치과의사회관 전경

최근 치협 임원과 전국 치과의사가 20대 대선 유력 후보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치과계를 비롯한 보건의료계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선언은 이번 선거의 특정 후보 하나만이 아니라 경쟁 중인 두 후보를 각각 지지함으로써 치협 운신의 폭을 넓힌 것으로도 평가된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기관지 치의신보는 10일 전국 치과의사 1,234명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임플란트 급여 확대 정책에 대한 지지를, 11일에는 전국 치과의사 1,567명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정책 공약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후보, 치과 임플란트 확대 공약으로 기대감 높여

이재명 후보는 지난 1월 18일 치과 임플란트 관련 공약으로 △65세 이상 2개에서 4개로 확대 △60세 이상 2개 추가 신설 △해당 연령 무치악의 경우 동일적용 등을 발표함으로써 치과계의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이와 관련, 10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에는 치협 신인철·홍수연 부회장을 비롯해 황혜경 문화복지이사와 한정우·이승룡·서왕연 원장, 김광수 전 교수 등이 참석해 1,234명의 치과의사 지지자 명단을 전달했다.

이들은 지지 선언서에서 “이재명 후보의 선견지명 정책 공약은 국민의 씹는 행복권과 저작기능 회복을 통한 전신 건강은 물론, 미래의 국가재정 안정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에선 김병욱 직능본부장과 서영석 직능부본부장, 남인순 포용복지국가위원회 상임위원장, 이수진 의원 등이 참석해 “두 달 전 치협을 방문해 임플란트 급여 확대, 한국치의과학연구원 설립 등에 대한 의견을 경청했다”며 ”1,234명의 치과의사가 지지해 주셔서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윤석열 후보의 치과 정책 전반에 “공감·환영” 밝히다

다음날인 11일,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원’ 1,567명은 국회 정론관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 선언 행사’를 갖고 정책과 공약을 지지했다.

이날 행사에는 치협 강충규·이민정 부회장을 비롯해 강정훈 총무이사, 윤정태 재무이사, 진승욱 정책이사 등이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추진하고자 하는 치과 정책 전반(임플란트 4개 확대 포함)에 대해 공감하고 환영하며,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을 위한 구강보건·치과의료 정책으로 △필수 치과의료의 전 국민 보장성 확대 △취약계층 치과의료 접근성 개선 및 치과 의료비 부담 경감 △치과의료 공공성 강화 및 불법 영리 추구 규제 △치과 인력 개발 및 치과의료 R&D 확충 등도 제시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에서는 조직부총장이자 선대본 조직1본부장인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과 조직2본부장인 정동만 의원(부산 기장군), 직능총괄본부 수석총괄부본부장인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 등이 나와 “윤석열 후보야말로 국민 보건의료를 책임질 적임자”라며 “오늘 지지 선언을 통해 윤 후보 지지 여론 확대에 큰 힘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치협, 중앙회-지부 불화설 잠재우고 정치적 역량 키워

이번 지지 선언은 치협 집행부가 앞장을 서고 전국 시도 치과의사회에서 지지자 명단을 보태는 수순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후보 지지와 관련해 그동안 일각에서 우려하던 ‘치협회장과 시도 회장단 사이의 불화설’을 잠재워 치과계 단합을 알리면서 정치적 역량까지 키운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박태근 치협회장이 지난달 21일 신년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박태근 치협회장이 지난달 21일 신년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실제 박태근 치협회장은 지난달 21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임플란트 급여 확대’ 관련 대선 공약을 설명하면서 “모 후보의 임플란트 확대 공약에 대해 지지를 제안했으나 18개 지부 중 6개 지부가 협회장이 하는 일에 반기를 들었다”면서 일부 지부장의 ‘비협조’를 탄식했다.

박 회장의 이 발언은 곧바로 일부 지부장 반발로 이어져 “치협회장이 편 가르기를 한다(P 지부장)”거나 “지부장이 특정 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연명서를 회원들에 돌리는 것은 무리(K 지부장)”, “임플란트 수가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C 지부장)”는 등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렇게 일부 지부의 반발에 직면한 치협 집행부는 특정 후보만 지지하는 것이 아닌, 경쟁 후보 둘을 모두 지지하는 포용책을 선택함으로써 정치적 성과라는 실리와 함께 치과계 단합이라는 명분까지 얻는 지혜를 보여줬다.

사실 치협이 치과의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라는 점을 상기하면 어느 특정 후보만을 지지하면서 몰표를 준다는 식의 정치적 모션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는 생물이고 선거란 예측 불가능한 것이므로 한쪽만 지지하는 일은 모가 될 수도, 도가 될 수도 있어서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각종 선거를 치르면서 보건의료계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 집단에서 지지는 표명하되 특정 후보가 아닌 모든 후보에 대해 ‘일반적으로’ 하고, 집행부 이름이 아닌 회원 명의로 함으로써 선거 이후에 올 수 있는 부담을 덜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박태근 회장을 포함하는 치협 집행부가 반야심경(般若心經)에서 말하는 불구부정(不垢不淨)의 의미를 되새기길 기대한다. 불구부정은 말 그대로 깨끗함도 없고 더러움도 없다는 것이니, 정치 또는 권력과의 협업은 이러한 원칙 안에서 다만 실리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 실리는 오직 회원을 위한 것이니, 이를 근본으로 행한다면 어떤 명분에도 감히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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