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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유희(Nothing Permanent, but···) 1 설목
삶의 유희(Nothing Permanent, but···) 1 설목
  • 사진작가 임창준
  • 승인 2023.02.13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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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Tree(설목), 60x60cm, 한지에 Pigment Print with Glue, 강원 태백, 2022
Snow Tree(설목), 60x60cm, 한지에 Pigment Print with Glue, 강원 태백, 2022

눈이 무릎까지 쌓인 하얀 세상에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그 옆에는 하얀 빈 의자가 놓여 있지요. 그 나무 뒤편에는 다른 나무들이 거리를 두고 열을 지어 서 있습니다. <사진>

이 사진은 눈이 온 날 새벽에 강원도 태백산 만항재에 가서 만난 나무입니다. 무르팍 위까지 쌓인 눈 속을 헤치며 만항재 숲속을 헤매이던 중 이 나무가 눈에 들어 왔지요. 처음 본 순간 마치 난파되어 외딴 섬으로 혈혈단신 홀로 떠내려간 고독한 표류인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빈 의자를 놓고 누군가 다가와서 옆에 있어 주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지요.

사람들은 누구나 혼자 태어나지만 자라며 사회성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과 접하게 됩니다. 그들과 대화하며 사귀기도 하고, 여럿이 함께 놀기도 하면서, 매일 매일 많은 사람과 가까이 지냅니다.

살아가다 보면 예기치 않게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어떨 때는 억울한 일로 오해를 받거나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닥치기도 하지요. 그런데 막상 실제로 큰일이 생기면 가깝게 지내던 주위의 그 많던 사람들이 없어지지요. 그런데 당사자는 느끼지 못하지만 그 사람의 주변에서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임창준 작가
임창준 작가

뒤에서 거리를 두고 지켜 보고 있는 사람들 속에는 시기와 질투의 마음으로 원망하거나 증오하며 바라보는 이도 있지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안타깝게 지켜보기도 합니다. 심정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옆에서 마음을 표현하며 위로해 주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거리를 두면 당사자는 몹시 외롭고 쓸쓸해 하며, 절망 속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평소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서 그가 아주 가깝게 느끼지 못했던 사람일지라도, 누군가 그 옆에 앉아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지요.

사실 이런 경험은 저 자신도 몇 번인가 겪었던 것인데, 그 주인공은 당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당신 곁에서 믿어주며 사람의 옆에 다가가 주면 좋겠습니다.

혹시 이 작품을 보고 자신의 사연이 생각나는 분이 계시면 정리하시어서 아래 이메일로 보내 주십시오.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 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작품과 앞으로 연재될 몇 작품들을 보고 말하고 싶은 사연들 보내신 분 중에서 세 분을 채택하여 프란치스코 출판사에서 발행된 저의 사진 묵상집 ‘라베르나’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사진= 이엔이치과 원장·사진가 임창준(bonebank@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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