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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치과 보장성 강화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기고] 치과 보장성 강화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 최유성 전 경치회장
  • 승인 2023.05.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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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최광훈 약사회장, 박태근 치협회장, 윤동섭 병협회장, 현재룡 이사장 직대, 이순옥 조산협회장, 김봉천 의협 부회장, 홍주의 한의협회장, 김남훈 급여혁신실장, 박종헌 빅데이터실장이 지난 11일 수가협상을 위한 상견례를 하고 있다.
박태근 치협회장(왼쪽 3번째)과 현재룡 이사장 직대(5번째) 등이 지난 11일 수가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다.

5월 31일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요양급여 수가 조정 계약이 이뤄지는 날이다. 오늘 의료공급자인 치협을 비롯한 의협 등 의약단체와 보험자인 건보공단은 마지막 협상을 통해 2024년도 요양급여 비용을 조정하게 된다. 대개 의료공급자는 인상을, 보험자와 의료이용자는 동결 내지 인하를 주장하므로 해마다 밤샘 협상이 진행됐다. 이러한 때에 수가 조정에 대한 특별한 시각이 제시돼 독자와 공유한다. 좋은 의견을 주신 최유성 전 경치 회장께 경의를 표한다. <편집자 주>

최유성 전 회장
최유성 전 회장

치과진료실에서 아주 가끔은 비급여 틀니 치료를 하게 된다. 65세 이하의 나이로 다수 치아가 상실되었는데, 임플란트로 수복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상황은 틀니의 비급여 치료비도 제법 부담되고, 특히 부분틀니의 경우에는 틀니의 고리가 걸리는 지대치의 비용이 더욱 부담되어 틀니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이다. 물론 다수 치아의 상실로 인한 틀니 치료는 치과의사의 입장에서도 정말 어려운 과정이다. 

그런데 틀니치료를 포기한 환자를 보내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사람이 과연 이 없이 잇몸으로 살 수 있을까? 후방치아는 전방으로 밀려오고, 대합되는 치아는 기능하지 못한 채로 원래보다 솟아올라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치과적 합병증?은 사치스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포기한 환자들은 비용이 저렴한 다른 치과나 무면허 업자를 찾아가거나, 그저 아쉬운 대로 잇몸으로 살아갈 것이다. 즉 그들의 삶에서 더욱 급한 사정들이 당장의 치과 보철 치료비 지불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국가의 역할이 개입되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얼마 전 대통령께서는 간호법 거부안을 의결한 국무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모두발언을 하였다고 한다. 

“국민 건강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고, 정치 외교도, 경제 산업 정책도 모두 국민 건강 앞에는 후순위”라고···

발언에서 언급된 ‘국민 건강’의 의미는 최소한의 인권 차원의 문제이고,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 범위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과의 필수진료나 요즈음 기사에 올라오는 응급실 문제 등과 같이 어쩌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본권 차원의 문제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한편 치협을 비롯한 치과계에서는 급여 임플란트 개수의 확대와 그 본인부담금 인하를 각종 선거 때마다 제안해왔다. 그러나 건강보험 수가 협상 시절마다 들리는 건보재정 건전성이나 국민의 보험료 부담에 대한 공익적 측면의 문제와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분배라는 거시적 측면을 고려하면, ‘전 연령에 대한 틀니의 급여화’가 ‘임플란트 급여 확대’보다는 ‘국민 건강’이라는 개념에 더욱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소위 기재부에서 제기하는 관련 인구, 소요 예산, 국가재정과 같은 문제나 대중들의 여론에 관한 문제 등은 의료인들이 고려하기에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의료인들은 그저 진단에 따라서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인 일종의 과학자인 것이다. 또한 치과의사는 다수 치아 상실로 인한 불편감이 삶의 기본권 차원의 문제인가를 판단하고, 국가는 재정의 한도 내에서 국민의 안녕을 책임질 수 있는 우선순위를 정하면 되는 것이다.

다시 진료실로 돌아가서 고민해보자.

65세 이하의 국민이 다수 치아를 상실해서 치과에 내원했다. 그것이 전신적인 원인이든, 개인적인 관리 소홀이든, 소위 65세 이하의 젊은 나이에 다수 치아의 상실은 매우 불행한 상황임에는 틀림 없다. 그리고 보철적 회복 방법이 임플란트이든, 틀니이든 어쩌면 그 상황은 인간의 기본권 차원의 문제라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으리라. 왜냐하면 이 없이 잇몸으로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들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65세 여부를 떠나서, 임플란트는 고사하고 인간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틀니의 수복 치료를 경제적 사정으로 포기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을 우리 국민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그것이 인간의 기본권임을 국가에 주장하는 역할을 누가 해야만 하는 것일까? 만약 국가의 재정 상황이 제한되어 있다면, 과연 우선순위는, 연령을 불문한 다수 치아 상실에 대한 틀니 치료일까, 아니면 특정 연령 계층에 대한 급여 임플란트 4개 확대일까? 어떤 상황이 우선순위인가의 부분을 논리적으로 잘 설명할 수 있는 당사자는 치과의사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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