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3:02 (토)
“저출산 해결 위해 ‘주거 지원 새 전제' 필요”
“저출산 해결 위해 ‘주거 지원 새 전제' 필요”
  • 김정교 기자
  • 승인 2023.06.01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사본 정책토론회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건사본 정책토론회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건강사회운동본부(이사장 이수구)가 지난달 25일 국회의원회관 제1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저출산에 대한 인식의 전환 : MZ세대 관점으로 본 진단과 해법’ 주제 정책토론회에서 한 고등학생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 낙생고 2학년이라 자신을 밝힌 원태우 군은 플로어 토론에서 “지난 16년간 저출산 예산으로 198조5,329억 원이 책정됐으나 실질적으로 영유아에 대한 지원에 쓰인 예산은 81조 원으로 40.8%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선 반드시 주거의 지원에 대한 새로운 전제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날 원태우 군의 발언 전문을 게재해 그 발언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편집자 주>

저는 경기도의 낙생고등학교에 다니는 원태우라는 학생이라고 합니다. MZ세대로서, 저출산 예산의 문제점과 한 명의 학생으로서 저출산정책과 관련해 1가지의 작은 방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원태우 학생(낙생고 2년)
원태우 학생(낙생고 2년)

매년 편성되는 저출산 예산, 적지 않은 수치이지만 아이의 양육비로 다가오는 수치라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2018년에 편성된 저출산 예산이 24조, 그리고 그 해 출생된 아이의 수가 32만6,800명임을 감안했을 때 이론적으로 평균 아이 1명당 예산으로 6,000만 원 이상을 지출했지만, 실제 느끼는 체감으론 그렇지 않았죠.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와 국회 예산정책처를 조사해본 결과 지난 2006년 이후 16년 동안 정부가 저출산이라며 발표한 사업의 총 예산액은 국비 기준 198조5,32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 이 수백조의 예산은 어디에 쓰였을까요?

저출산 대책과 관련된 예산의 실제 사용처를 조사하기 위해 국회 예산정책처를 살펴보던 중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16년간 예산으로 책정되었던 198조5,329억, 실질적으로 영유아에 대한 지원예산이 81조 원으로 40.8%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60%에 해당하는 약 120조의 예산이 저출산과 관련 없는 곳에 쓰였다는 것.

프로스포츠팀 지원, 대학 인문학 강화 프로그램을 포함해 템플스테이 등의 지원금으로 저출산 대책이라는 명목하에 16년간 약 120조의 예산이 저출산과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곳에 쓰이고 있었습니다. 120조의 규모, 이는 40.8%에 해당하는 81조의 실질적인 육아 지원금을 40조 이상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2022년에 새롭게 편성된 저출산 예산은 50조이지만, 이중 아동수당 2.4조 원, 출산보조금 0.4조원, 저소득층 기저귀 지원사업 등을 포함해 출산율과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목적으로 지출되는 금액은 50조 중 2.8조 원에 불과합니다.

1년 예산 607.7조 원 중 약 5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기에 저출산 예산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출산율과 관련하여 편성된 예산은 별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2022년 저출산 예산에 국방부의 군인력 구조 개편 사업비용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200조가 넘는 저출산과 관련된 예산이 책정되어왔지만, 출산율은 계속해서 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저출산 예산을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 교육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통계청을 포함한 각 부처가 편성하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저출산에 대응하는 방식으론 지금의 저출산 감소 폭을 감당할 수 없기에, 국민이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저출산 대책이 필요합니다.

출산을 하고 싶어하는 상황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한 명의 고등학생으로서, 저출산의 해결을 위해 주거의 관점에서 본 일차적인 제안책은 기존의 임대아파트 제도의 개량과 관련되어있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2년에 편성된 저출산 예산이 50조임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금액을 투입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꾸어 말할 때, 저출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곳에 쓰이는 불필요한 예산 또한 그 금액이 막대하다는 것. 

국가의 예산은 곧 국민의 혈세. 예산제도를 개편하여 실질적으로 출산과 관련된 28조의 예산은 증대시키고 이를 제외한 군인력 구조 개편 사업추진비, 대학 인문학 강좌 활성비, 템플스테이 지원비 등 저출산이라는 명목하에 그럴듯하게 포장해놓은 불필요한 예산들은 하나둘씩 재정비해 나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잉여예산이 발생하게 될 경우 이를 주거예산으로 돌리는 방향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분양되지 않은, 미분양상태의 아파트들을 정부 소유로 구입한 뒤 임대아파트의 형식으로 국민에게 배당하여 특정 기간 매달 소량의 임대료를 내되 그 기간이 지나면 그 집을 소유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인데요. 관건은 3명 이상의 아이를 출산한 가구를 우선순위로 두고 배당받을 수 있는 정부 소유의 임대아파트와 수도권의 거리에 따라 약정 거주기간을 짧게 잡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주요 건물들이 밀집되어있는 수도권에 비해 활력이 부족한 비수도권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미분양아파트일수록 짧은 기간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비수도권지역의 미분양아파트들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출산한 아이의 수에 따라 선택한 지역의 아파트에 배당우선권을 부여하여 출산율을 자연스레 상승시킬 수 있으며, 예산이 실질적으로 쓰이고 있는지에 관한 점검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비수도권지역으로 여러 가구가 이동해감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시설, 그리고 편의시설들의 지역 유치도 이뤄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것이 제 작은 의견, 저출산 예산의 새로운 사용방식입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한 명의 작은 의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저 감사하게 얻어낸 이런 소중한 자리를 빌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한 명의 학생으로서 국가에 의견을 제시했을 뿐.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선 반드시 주거의 지원에 대한 새로운 전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