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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와공간 갤러리, 엄효용 초대전 ‘초록의 쉼표’
무늬와공간 갤러리, 엄효용 초대전 ‘초록의 쉼표’
  • 김윤아 기자
  • 승인 2023.06.22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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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까지, 하계 특별기획전 중 첫 번째 전시

교대역 5번 출구 앞 이앤치치과 부설 무늬와공간 갤러리(www.mooniispace.com)는 22일부터 7월 5일까지 엄효용 초대전 ‘초록의 쉼표’를 진행한다.

무늬와공간은 하계 특별기획전으로 ‘예술을 통한 치유와 위로’를 주제로 4회에 걸쳐 진행하며, 그 첫 번째 전시로 엄효용 작가의 ‘초록의 쉼표’가 오른 것.

엄효용 작가는 홍익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 졸업 후, 리틀 포레스트를 비롯하여 12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 및 국내 아트페어에 참석했다. 딸아이와 앵두나무 아래에서 캐온 어린나무가 인연이 되어 가로수 연작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누군가의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나를 찾기 위해 13년의 매일의 하늘을 카메라에 담는 중이다.

바쁜 일상에서 수없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이 그의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흥분과 격앙은 사라지고, 어느새 조용히 거울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작가는 이 순간을 ‘평범한 일상이 신비롭게 다가온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을 지겨워하지만, 삶의 신비로운 순간은 바로 이 지루한 일상의 어느 찰나에 일어나며 우리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전시 오프닝은 22일 오후 6시이고, 작가와의 대화가 7월 1일(토) 오후 3시에 진행되며, 문의는 전화(02-588-2281)나 이메일(bonebank@hitel.net)로 하면 된다.

다음은 엄효용 작가의 작가 노트.

‘가로수 연작(리틀 포레스트)’에서 나무는 한 그루인 동시에, 수백 그루 이상의 나무들의 세계다. 이러한 작업은 구체적인 세부가 해체된 배경으로부터 나무의 흐릿한 형상이 두드러지게 돌출되는 형상적 특징을 지니며, 동일한 가로수 길에 식재되어진 나무 수백 그루를 촬영하게 그 사진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정교하게 중첩시킨 결과이다.

우리 주변에 통상 줄지어 세워진 별 볼 일 없던 가로수들의 존재감을 층층이 쌓아 만든 이미지에선, 가로수 고유의 몰개성이나 조경의 손길이 지나간 인위적인 질감을 느낄 수 없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색조로 가공된 화면의 정중앙에는 단 한 그루의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은행나무, 벚나무 등이 그 개별성은 지워지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특정 품종 나무의 ‘보편성’으로 자리한다.

‘석봉로 은행나무 여름 2015’처럼 각각의 사진에 부가된 도로·나무·계절의 명칭이 말해주듯 길 위의 풍경을 단일하지 않은 시간과 시점(視點)으로부터 촬영한 결과들을 하나의 사진적 공간 속에 퇴적시켰다. 이를테면 특정한 시공간적 위상을 정의하는 단일한 소실점이 존재하지 않는 ‘시간의 자유유영 이미지’인 셈이다. 단일한 순간과 구체적 장소로 정의할 수 없는 특성으로 인해 사진 각각은 자연발생적이고 비자발적인 기억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환영의 공간으로 맴돌게 된다.

무한한 시간성으로 다가오는 나무의 이미지들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하루하루의 편린 같은 일상들일 것이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진실의 실체는 선명한 이분법이 아닌, 그 사이 중층적인 스펙트럼에 존재한다. 마치 파스텔톤 그림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운 나무이되, 어떤 품종인지 선명한 확신을 주지는 않는 작업처럼 말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작가는 진실의 실체를 찾아가는 여정을 걷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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